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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 경영 전면 나선 오너 3·4세 DNA는

글로벌 네트워크 기반… 실용·창의로 신사업 주도


'생각하는 미친놈'. 최근 두산의 면세점 전략담당 전무로 영입된 박서원 전무의 자전적 수필집 제목이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났지만 어려서부터 공부와 담을 쌓았던 박 전무는 도피성 유학을 떠난 미국에서 디자인을 만난다. 그는 이후 '미친 듯이' 디자인을 파고든 끝에 한국인 최초로 국제 5대 광고제를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으며 이제는 두산의 신사업인 면세 사업전략을 이끄는 중책을 맡고 있다. 타고난 혈통 대신 혁신을 주도할 창의성과 근성으로 경영능력을 입증해 보인 오너 3세의 대표적 사례다.

연말 국내 주요 기업의 인사가 슬슬 마무리되는 가운데 올해에는 박 전무처럼 경영 전면에 나서는 오너 3·4세들이 유독 많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갖는 경영 DNA가 앞선 세대의 오너들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이들의 할아버지·아버지 세대는 끈기와 뚝심으로 산업을 일으켰다. 국내 대기업의 한 고위관계자는 "단기 실적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창의적 신사업을 열정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최적의 인적 집단이 바로 오너 일가 3~4세가 아닐까 한다"고 했다.

실제로 '금수저'라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오너 3·4세들은 대부분 양질의 교육과 명문학교, 해외 유학 등으로 형성된 국내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충분히 글로벌 기업을 이끌 자질을 갖췄다. 특히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유연한 사고 방식으로 무장, 창의적 혁신이 절실한 현시점에 가장 필요한 인재라는 견해도 많다.



다양한 요식 사업을 벌이는 SPC그룹의 허진수 파리크라상 글로벌전략실장(부사장)은 전문가적 열정을 적극 발휘하는 오너 3세로 손꼽힌다. 그는 지난해 미국 제빵학교 AIB 정규 과정을 밟으며 제빵 기술을 아예 직접 습득했다. 제빵 기초이론에서 기획과 생산에 이르는 전반 과정을 접했으며 세계적 제빵 전문가와의 인맥도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생산과정에 첨단 정보기술(IT)을 접목하며 제빵사업의 효율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단순히 혁신으로만 무장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소탈하고 유연한 자세가 도드라지는 3·4세도 적지 않다. 정기선 현대중공업 기획실 총괄부문장(상무)이 대표적이다. 지난 2009년 현대중공업 대리로 입사했다 다시 보스턴컨설팅그룹(BCG)으로 옮기며 경영수업에 몰두했던 정 상무는 직원들이 현대 오너 일가인지 모를 정도로 소탈하고 겸손한 성품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승진한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이규호 상무보는 구미 사업장에서 근무할 당시 사원 숙소에서 지내며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고 소형차인 '쏘울'을 타고 다니는 모습도 종종 목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혁기자 2juzs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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