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라디오로 대표되는 '대중매체의 시대'는 '2000년 인류 소통의 예외적 현상'이었다. 이 시기 매체는 기존의 쌍방향 방식에서 일방향 보도 채널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산업화와 함께 탄생한 매스 미디어는 우리에게 수많은 정보와 지식을 효율적으로 전해주며 문명을 발달시킨 것으로 인식돼 왔지만 일방향의 한계 때문에 도도한 인류 소통의 역사에서 이탈한 시기였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현대의 디지털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인류의 소통, 다시 말해 소셜 미디어는 원래의 정신을 되찾게 된다. 저자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고대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 도시 가옥의 낙서는 또 다른 형태의 미디어였다. 도시 가옥을 둘러싼 벽은 온갖 종류의 광고와 정치구호, 개인적 문구로 뒤덮여 일종의 공공 게시판 역할을 했다. 여기에 적힌 낙서를 통해 사람들은 자기 생각과 일상을 이웃과 공유했고, 낙서에는 다른 낙서가 댓글처럼 달려 대화로 이어지곤 했다. 17세기 유럽엔 '커피하우스'라는 독특한 소통 공간이 등장한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신분을 따지지 않고 대등하게 대화를 나누었고, 관심분야가 같으면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서로 다른 시기, 서로 다른 형태의 두 이야기 속엔 페이스북, 트위터 등으로 대표되는 현대 사회의 소셜미디어가 숨어 있다. 책은 현대의 소셜 미디어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현상임을 주장하며 역사 속 수많은 소통의 매개체가 소셜미디어와 다를 바 없음을 증명한다.
역사 속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소셜미디어는 관계와 소통에 대한 인간 욕구의 반영이다. 저자는 그 배경을 인간의 생물학적, 행동적, 역사적 뿌리에서 찾는다.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영장류의 한 종인 인간은 풍문을 주고받으며 유대를 강화하고 이를 과시하는데, 이는 영장류의 '털 고르기'(사회적 관계 맺기)가 진화한 것이고, 문자가 발명되면서 수다 본능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책은 이같이 시작된 소셜 미디어가 시대마다 어떤 형태로 전개되었는지를 들여다본다.
소셜미디어의 2000년 역사를 되짚으며 저자가 말하려는 바는 출간 후기의 제목이기도 한 '역사는 스스로 리트윗한다'가 아닐까 싶다. 어떤 형태로 존재하든 관계와 소통에 대한 인간의 욕구, 그리고 그 산물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1만 9,800원.
/송주희기자 ss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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