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1초당 최대 3조번 진동하는 '전파' 5G통신·핀테크·무인차 움직인다

■ 전파에 숨겨진 과학

주파수 높으면 정보 많이 담아 이동통신서 다양하게 활용

주파수 반사되는 시간·각도로 무인차 장애물 감지도 가능

삼성페이 등 핀테크 서비스는 전자기파 전자유도 원리 적용

SK텔레콤 5G 주도할 글로벌혁신센터 구축
지난해 10월 경기도 분당 SK텔레콤 종합기술원에 설립된 '글로벌혁신센터'에서 5세대(5G) 이동통신서비스를 통해 구현할 수 있는 로봇(가운데), 가상현실 체험장비(오른쪽 및 왼쪽) 등이 시연되고 있다. /사진제공=SK텔레콤
현대모비스 레이더 활용한 교차로충돌방지장치시스템
자동차 앞과 옆으로 전파를 쏴 장애물이나 다른 차량의 접근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감속이나 제동장치를 작동시키는 현대모비스의 교차로충돌방지장치시스템(CTA) 시연 이미지. /사진제공=현대모비스
전자기파의 개념도. 전류가 흘러 전기장이 수직방향으로 생성되면 그 직각 방향으로 자기장이 생성되고 이것이 다시 전기장을 유발시키는 방식으로 서로 꼬리물듯 연이어 생성되면서 물결치듯 직진한다.

#. 1864년 영국 물리학계는 한 젊은 천재 과학자가 영국에서 발표한 논문으로 술렁였다. 논문 제목은 '전자와 자기'. 전류가 흐를 때 그 주변 공간으로 미치는 '전자기파'라는 힘이 존재한다는 것을 수학 방정식을 통해 밝힌 내용이었다. 당시 34세였던 스코틀랜드 출신의 물리학자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은 이 논문 발표로 학계로부터 맹공격을 당했다. 43년 뒤 반전의 드라마가 펼쳐졌다. 전자기파가 실존한다는 사실이 실험적으로 증명된 것이다.

150여년 전 맥스웰의 선구적 도전은 새해 대한민국에서 활짝 꽃을 피우려 하고 있다. 바로 '전파'의 과학이다. 전 세계 이동통신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오는 2017년으로 앞당겨 시범해 보이겠다는 SK텔레콤의 5세대(5G) 이동통신서비스는 전파기술의 총아다. 극소수의 강국들만이 도전한 차세대 전투기 개발사업에서 핵심으로 꼽히는 첨단 레이더, 삼성·LG전자가 역점을 걸고 도전 중인 핀테크와 사물인터넷(IoT), 현대·기아자동차가 사활을 걸고 연구 중인 무인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경제 미래는 전파기술을 빼고 논할 수 없게 됐다.

전파란 전자기파의 한 종류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전자기파 중에서도 3,000㎓ 이하의 주파수를 갖는 파동, 즉 1초당 최대 3조번 이하로 진동하며 공간으로 파도치듯 퍼지는 전기 및 자기적 힘의 물결이다. 일반적으로 물질은 그것을 구성하는 원자 속에 전자(-)와 양자(+)가 같은 수만큼 들어 있어 전기적으로 중성인 균형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 균형이 깨어지면 음(-)이나 양(+)의 전기적 성질 지닌 전하가 발생해 전류가 흐른다. 이때 전류 주변의 일정 공간으로 전기적 힘이 미치는 현상이 바로 전기장이다. 전기장이 발생하면 그 직각으로 자기장이 발생한다. 이처럼 자기장과 전기장이 서로를 반복적으로 발생시키며 광속(초당 30만㎞)으로 점점 멀리 퍼져나가는 게 바로 전자기파며 그중의 한 종류가 전파인 것이다.

전파는 주파수에 따라 다양한 특성을 보인다. 주파수가 높을수록 직진성이 좋아 대기층을 쉽게 관통하지만 건물·산 등 장애물을 만나면 잘 넘질 못하고 쉽게 반사된다. 반면 주파수가 낮을수록 회절성이 높아 상대적으로 건물·산과 같은 장애물을 잘 넘어갈 수 있으나 직진성은 약하다. 또한 주파수가 높을수록 통신용 정보를 많이 담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안개·비와 같은 대기 중 입자에 닿을 때 전파가 감쇠될 위험도 높다.

이런 주파수별 특성에 따라 전파 이용 분야는 다양하다. 특히 일상의 필수가 된 이동전화 서비스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주파수가 높은 초단파(UHF)를 쓰고 있다. 고용량의 데이터 전송이 많은 이통서비스에 유리하다. 그러나 UHF는 장애물을 잘 통과하지 못하고 반사된다. 이동통신사들은 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기지국을 도시 등 인구밀집 지역에 촘촘히 설치해 기지국마다 최소 수백m 반경의 지역의 통신중개를 맡기고 있다.

무인자동차 등에서는 사람이 운전하지 않아도 장애물을 피하고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기술이 요구된다. 전파 중 가장 높은 주파수 대역인 서브밀리미터파(30㎓~3㎔) 등이 주로 쓰인다. 차량 앞·뒤 등에 장착된 발신기로 서브밀리미터파를 쏜 뒤 해당 전파가 반사돼 되돌아오는 시간 차, 각도 등을 계산해 장애물과의 거리 위치를 파악하고 자동차가 스스로 서행하거나 정지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이미 일부 상용화됐다.



삼성페이와 같은 핀테크 서비스는 전자기파 전자유도의 원리 덕분에 가능하다. 삼성전자의 주요 최신 스마트폰 속에는 자기장을 일으키는 코일이 있는데 여기에 결제정보를 담은 전기적 신호를 주어 전류가 흐르면 그 주변에 자기장이 형성된다. 따라서 스마트폰을 매장의 카드결제기에 근접시키면 스마트폰의 자기장이 결제단말기 내에 전류를 발생시키는 전자유도 현상을 일으키고 이 전기적 신호를 단말기가 결제정보로 해독한다.

한국형 차세대전투기(KF-X)에 들어갈 국산 능동전자주사위상배열(AESA) 레이더에는 전파기술의 정수가 응축된다. AESA레이더는 과거 기계식 레이더의 초대형 접시만 했던 안테나를 사람 손톱 크기로 줄인 전파 송·수신용 소자를 성인 몸통만 한 원형 기판에 많게는 1,000개 이상 장착한다. 이렇게 잠자리의 겹눈처럼 촘촘한 소자를 통해 한번에 보통 120도에 달하는 광시야각으로 여러 개의 목표물을 포착하고 추적할 수 있다. 각 소자는 서로 다른 주파수의 전파를 쏠 수 있어 특정 주파수대역을 표적으로 삼는 적기의 레이더 전파 교란도 피할 수 있다.

한국전기연구원의 김정일 전자기파응용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전파부문 기술은 통신·방송 등의 영역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며 "멀지 않은 장래에 전파기술이 의료·금융·전자·자동차·미디어콘텐츠·군사장비 등 다방면에서도 혁신적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