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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모술댐과 아시리아인

구약성경(요나서 1장 1~2절)에 보면 여호와가 나쁜 짓을 많이 한 니네베 사람을 회개시키기 위해 선지자 요나를 보낸다. 요나는 여호와의 부름을 거역하고 도망친다. 니네베는 지금의 이라크 북부 도시 모술로 기원전 612년까지 메소포타미아 일대를 지배한 아시리아의 수도다. 한때 이집트까지 제압한 대제국 아시리아는 피지배민을 잔혹하게 대했다. 저항한 지역의 사람은 씨를 말렸고 항복한 지역도 군주와 귀족은 코에 구멍을 뚫고 쇠사슬로 엮어 처형하고 평민은 강제 이주시켰다. 이런 나라에 가서 멸망을 예언하라고 했으니 제아무리 선지자라도 죽음이 두려웠을 것이다.

정복지역에 대한 정책이 워낙 가혹했던 탓에 벌을 받은 것일까. 아시리아는 멸망 이후 다시는 국가를 세우지 못한 채 지리멸렬했으며 특히 기원후 600년대 들어 이슬람세력이 이 지역을 장악한 후부터는 끝없는 시련을 겪어야 했다. 이슬람은 아시리아인의 개종을 강요했으며 이를 위해 아이를 팔아야 할 정도로 무거운 세금을 매기기도 했다. 이슬람 뒤에 들어선 몽골제국 역시 특유의 잔인한 정복지역 정책으로 많은 아시리아인을 죽였다. 1914~1918년, 1922~1925년의 기간에는 오스만제국이 아시리아인 30만명을 죽이는 '1차 아시리아 집단살해'를 자행했으며 최근에는 이슬람 국가(IS)가 '2차 아시리아 집단살해'를 저지르는 중이다.

모술 북쪽 티그리스강 상류에 있는 모술댐이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근본적으로 무른 땅에 지어진데다 전쟁으로 폭격은 계속되고 유지보수는 중단됐기 때문이다. 얼음이 녹아 수위가 높아지는 봄에 댐이 무너지면 230만명의 모술 인구 가운데 50만명이 수몰된다고 한다. 이라크는 미군의 공습 지원으로 모술댐을 탈환했지만 보수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IS는 모술 주민을 인질로 붙잡아 가둬놓고 있다. 댐 붕괴를 막으려는 국제 사회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아시리아인의 불행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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