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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안철수의 天下三分之計가 성공하려면


보수 야당이 탄생했다.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 말이다. 보수 정권 아래 보수 야당이 창당된 것은 지난 1992년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4대 총선을 앞두고 창당한 통일국민당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사람들은 국민의당을 중도 성향 정당으로 분류하지만 기자는 보수당으로 본다. 안 의원의 성향이나 신당에 참여한 인물의 면면, 특히 최근 국민의당 핵심 인사들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뒤 내놓은 두 사람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면 확실한 보수 성향이다. 안 의원이 과거 세월호 참사부터 역사교과서 국정화까지의 국면에서 적극적으로 투쟁하지 않은 것도 이제 와서는 이해가 된다.

보수 야당의 탄생을 환영하는 사람은 많다. 보수적 논의를 새누리당이 오랜 시간 독점하면서 발생한 폐해도 많았기 때문이다. 보수 야당의 전망도 괜찮다. 진보·개혁 세력의 무능에 대한 피로감도 극에 달했고 고령화 등에 따라 유권자 지형이 확연히 보수화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수 야당은 시대의 흐름을 잘 탄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야권의 세력권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보수냐 진보냐 이념에 관계없이 집권당에 대한 효율적 견제는 언제나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이 올 4월 총선과 내년 대선을 앞두고 창당한 것도 탁월한 전략이다. '삼국지'에서 제갈량이 유비에게 준 '천하삼분지계'에 비교하는 사람도 많다. 이번 총선에서 국회를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삼분한 뒤 이를 바탕으로 오는 2017년 대선으로 간다는 전략은 훌륭한 아이디어다. 20대 국회는 3당이 3분하지만 대선은 후보 단일화나 합당 등을 통해 1대1 구도로 치를 수 있다. 안 의원에게는 이 길이 더민주에 남아 권력 투쟁을 통해 대선 후보를 쟁취하는 것보다 훨씬 편안하다.

그러나 이 같은 시나리오가 성공하려면 전제가 있다. 국민의당이 새누리당의 과반을 저지하고 20대 국회에서 캐스팅보트를 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때로는 새누리당과, 때로는 더민주와 협력하며 새로운 정책 대안과 정치문화를 만들 수 있다. 그것이 바로 그토록 부르짖어온 새 정치를 의회에서 구현하는 방법이다.

현재 많은 사람은 새누리당의 압승을 예상한다. 이를 허용한다면 국민의당은 야권 패배의 책임을 짊어질 뿐 아니라 20대 국회에서 아무 역할도 할 수 없다. 이래서는 안 의원의 탈당 이유, 즉 '정권 교체'는 더욱 멀어질 뿐이다.



그래서 기자는 안 의원이 탈당 국면에서 "새누리당이 200석 이상 가져가는 것을 막겠다"고 말한 대목이 불안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80석이 목표라고 하고 있는데 새로운 야당을 차려 정권 교체를 하겠다는 사람의 목표가 '새누리당 200석 저지'라니. 이는 야권의 영역을 넓히기는커녕 예부터 야권이 누려온 지역적·계층적 기득권을 기존 야당과 다투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1992년 14대 총선 결과를 보자. 보수 야당이었던 통일국민당은 299석 중 31석을 얻는 데 그쳤고 김대중 총재의 민주당도 97석만을 얻었다. 대신 여당인 민주자유당은 149석으로 국회를 장악했다. 국민당에는 캐스팅보트도, 어떤 원내 영향력도 없었고 정주영씨가 그해 겨울 대선에서 16%대의 득표율로 낙선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당은 소멸하고 만다.

안철수 신당이 목표를 분명하게 정해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맹준호 정치부 차장 nex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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