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몇몇 우량주에 집중 투자해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 펀드가 미국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하지만 최악의 장세 속에서 투자성적은 오히려 액티브 펀드가 좋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에 본사를 둔 액티브펀드에서 지난해 순 유출된 자금은 2,073억 달러에 달했다. 액티브펀드 자금이 순유출을 기록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액티브펀드는 시장수익률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펀드매니저들이 적극적으로 운용전략을 펴는 공격형 펀드다.액티브 펀드 가운데 미국 주식을 선별해 투자하는 주식펀드의 자금 이탈이 가장 컸다. 순유출액이 1,690억달러로 액티브 펀드 순유출액의 80%를 차지했다. 반면 시장 평균 수익률을 추구하는 '저위험-저수익' 투자상품인 패시브펀드에는 4,138억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사상 최고의 순유입액을 기록한 2014년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같은 흐름은 투자자들 사이에 고수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주가지수의 흐름을 좇아 손실을 최소화하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스티브 두다시 IHT웰스매니지먼트 회장은 "최근 투자자들의 목소리 톤이 확 달라진 것이 느껴진다"며 "심지어 오전 6시30분부터 오늘 주식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걱정스럽게 문의하는 전화가 걸려올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액티브펀드의 자금유출은 지난해 하반기에 특히 두드러졌다. 중국 증시가 폭락하고 미국 정크본드의 가격이 추락한 시기와 일치한다.
11월에는 1,980억달러가 액티브펀드에서 순인출됐고, 12월에도 145억달러가 추가로 빠져나갔다.
투자자들이 액티브펀드를 외면하면서 미국내 자산관리 업계에도 '상전벽해'라는 사자성어가 어울릴 정도의 큰 변화가 일어났다.
높은 수익이 예상되는 몇몇 기업에 집중투자하는 액티브펀드 운용사보다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대표적인 곳이 지수펀드의 개척자격인 뱅가드 그룹이다.
1975년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인덱스펀드를 처음 출시한 뱅가드는 지난해 2,360억달러의 자금을 모집했다.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액티브펀드 매니저들은 이런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장기간을 놓고 보면 액티브펀드가 더 좋은 성과를 냈다는 것이다. 이들은 금리인상 시기에는 액티브 펀드가 패시브펀드보다 더 유리하다며 투자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보스턴 소재 피텔리티 인베스트먼트는 "액티브 펀드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투자한다"는 광고를 내보냈다.
8,000억달러의 자금을 운용하는 브라이언 로건 피델리티 주식투자부문 사장은 "금리 상승기에는 액티브 펀드가 지수 상승률을 웃돌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액티브펀드는 패시브펀드보다 더 좋은 운용성과를 냈다. 두 펀드 모두 손실을 내기는 했지만 패시브펀드는 2.7%의 손실을 기록해 액티브펀드(-2.2%)보다 더 많은 손해를 입었다.
액티브펀드 가운데 지수수익률을 상회하는 수익을 낸 펀드 비중도 2014년 26.9%보다 높은 46.7%에 달했다. 확대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액티브펀드에 더 유리한 투자 환경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테크놀로지펀드의 조슈아 스펜서 매니저는 "지난해에는 시장 변동성이 유독 컸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주가지수보다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우량주에 집중 투자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WSJ는 올해 들어서도 액티브 펀드 외면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연초 S&P500지수가 6%가량 빠지는 등 미국 주식시장이 급락하면서 불안심리가 확산된 탓이다.
크리스 맥아이삭 뱅가드 매니징 디렉터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이래 시장은 상대적으로 평온했다"며 "하지만 올해 초는 그 어느 때보다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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