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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현장에서] 방글라데시 내수시장에 주목하자

허진학 KOTRA 방글라데시 다카무역관장

현지 대기업 트렌드 ‘내수 공략’

제조·서비스업 모두 협력 수요

종합 솔루션 제공해야 성공

지난 해 12월, 한국 중소기업 T사는 방글라데시 대기업 I사와 의료기기 생산설비 및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1회용 주사기 생산설비 등을 포함한 이번 계약은 계약액 70만 달러, MOU 500만 달러로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방글라데시에 진출하고자 하는 우리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방글라데시는 인구가 1억 6,000만에 달하는 거대 잠재 시장이지만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구매력이 낮은데다 봉제 산업 외 제조업 발달이 극히 미비, 대부분의 시장을 중국 및 인도산 등 저급 수입 제품들이 지배하고 있다. 이에 자본력을 갖춘 방글라데시 대기업들은 저급 수입품을 자국 생산으로 대체해 자국민들에게 좋은 제품을 낮은 가격에 제공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특히, 현재 방글라데시 기술력이 낮기 때문에 고기술 분야보다는 해외 기술 도입을 통해 현지 제조가 가능한 품목이 주로 고려됐다. 1회용 의료기기 분야는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유망 분야로 해외 제조설비 구축 경험이 풍부한 T사는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그간 방글라데시 대기업이 저임 노동력을 활용한 수출산업에 집중했으며 방글라데시 경제도 수출임가공 산업에 기대어 성장해왔다면 이제는 내수시장을 겨냥한 제조업 투자가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기업과 협력을 통한 제조 설비 조성 노력이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앞서 언급한 1회용 의료기기 외에 버스, 타이어 등에서도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본격적인 설비 조성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국에서 중고 기계를 수입해 새로운 사업을 수행하려는 기업도 많은데 지난해 11월 시화에서 개최된 유휴기계설비전시회에 방글라데시 유력기업 다수가 참가하여 중고 설비 도입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하였다. 방글라데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중고기계에 대한 수입 장벽이 낮은 편이다.

제조업 외에 서비스 분야에도 내수시장을 겨냥한 신규투자 움직임이 활발하다. 대표적인 것은 냉장냉동물류(cold chain) 사업으로 방글라데시의 인구 및 소득증가, 식품안전에 대한 인식 상승이 맞물려 대형 식품기업들은 앞 다투어 콜드체인 조성에 나서고 있다. 한편 요식 프랜차이즈 사업에 대한 투자도 활발해 다카 중심가는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프랜차이즈 매장이 늘어나고 있다. 커피빈(미국), 크리스피크림(미국), 글로리아진즈(호주), 피쉬앤코(싱가포르), BBQ(한국) 등은 최근에 진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해외 프랜차이즈다. 여가를 보낼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방글라데시의 경우 프랜차이즈 매장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장소를 넘어 일종의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설비·기술 수출을 현장에서 지원하면서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점은 방글라데시 대기업들이 특정 사업에 대한 투자를 하고자 하는 의지는 있으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으며, 그러한 컨설팅을 제공할 현지 업체도 없다는 것이다. 즉 예를 들면 “A”라는 제품이 현지 시장에 수요가 높다는 것은 알고 있으며 투자 의사와 자금은 있지만 그 제품을 만들기 위해 어떤 설비가 필요한지, 인력은 어느 정도 필요한지, 생산계획은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다. 따라서 이들과 협력하고자 하는 우리 기업은 전체적인 그림에서 세부적인 설비·기술 사양까지 제시하고 그를 통해 어떻게 사업을 해야 하는 지까지 제시해주어야 한다. 선진국 바이어처럼 “이러한 사양의 제품이 필요하니 설계하고 가격을 제시하라”는 식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 중소기업들은 우수한 제품과 기술을 갖고 있으나 방글라데시 진출에 요구되는 컨설팅 역량은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으로 보완관계에 있는 다른 중소기업, 또는 대기업과의 동반진출 노력이 필요하다.

허진학 방글라데시 다카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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