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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금융위의 성과 조급증


금융위원회가 연초부터 금융개혁 2탄으로 금융권 성과주의 도입을 밀어붙이고 있다. 일단 공기업을 대상에 올렸지만 눈치 빠른 민간 금융회사 대표들도 성과주의 확산방안 논의에 착수해 당국에 화답하는 모양새다.

제조회사보다 생산성이 높지 않으면서 고연봉을 받는 금융회사 직원에 대해 성과평가를 강화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논리는 틀린 게 없다. 그럼에도 무조건 성과주의를 도입한다고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인지는 찬찬히 따져볼 문제다. 개인별 성과를 측정해 연봉에 반영하는 성과주의는 섬세하게 접근하지 않으면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계보다 먼저 성과주의를 도입한 민간 기업에서는 뜻밖의 부작용이 속출했다. 금융계에서는 성과주의가 가장 발달한 국내 증권업계와 보험업계에서 성과주의의 문제점이 극명하게 나타났다. 개인별 단기 실적을 중시하는 증권사는 홍콩 항셍지수에 몰린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을 팔아 대규모 원금손실 사태에 따른 시장혼란이 커지고 있다. 보험사의 판매원은 성과급을 좇아 소속사를 옮겨 다니면서 '고아 고객'을 만들었다.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눈에 보이는 결과만 인정하다 보니 보이지 않는 노력을 한 조직원은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조직과 업무에 애정을 잃기도 한다. 실제 한 시중은행은 개인별 평가를 도입했다가 성과가 눈에 보이는 대출업무와 보이지 않는 상담업무를 같은 선에서 평가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 속에 닷새 만에 접었다. 금융위 내부에서도 성과주의 도입에 회의적인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위가 성과주의를 채근하는 모습은 아이러니하게도 단기실적에 급급한 성과주의의 폐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4대 개혁 중 금융개혁은 성과가 눈에 보이기 힘든 과제다. 금융위가 성과주의를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한 논리도 금융개혁을 소비자가 체감하기 위해서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금융공기업을 다그쳐 성과를 거두겠다는 생각은 소비자가 금융위의 초조함만 느끼게 할 뿐이다. 금융개혁 첫 순위에 놓을 만큼 성과주의가 중요한가. 그렇다면 더더욱 지금처럼 일방적인 강요로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경제부=임세원기자 w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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