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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 故정주영 회장의 애착이 깃든 강릉 씨마크 호텔

언덕위 하얀 5성 호텔… 바다와 호수를 품다

씨마크호텔 전경
씨마크호텔은 강릉 경포호와 동해 바다 사이의 구릉지에 들어선 천혜의 입지를 가졌다. 푸른 바다와 호수, 그리고 태백산의 자태와 장엄한 일출·일몰을 모두 누릴 수 있다.
씨마크 호텔 로비
하얀색 위주로 꾸며진 실내는 날씨와 시간에 따라 변하는 바깥의 빛과 색깔을 호텔 내부로 온전히 받아들여 다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씨마크호텔 객실
씨마크호텔의 모든 객실 전망은 바다와 호수를 품는다. 객실의 통유리를 통해 지평선 끝까지 펼쳐지는 바다를 온전히 누릴 수 있다.
씨마크 호텔 수영장
씨마크호텔 5층에 위치한 야외 수영장은 동해와 수평선을 이루는 풍광을 만들어낸다. /사진제공=씨마크호텔


세계적 건축가 마이어 국내 첫 설계작품으로
故정주영회장 탄생 100돌 맞춰 작년 6월 오픈

로비·복도·객실까지 하얀색 위주로 꾸며
날씨·시간따라 빛깔·분위기 다채롭게 변해

커튼월 공법 적용해 개방·노출성 극대화
동해와 수평선 이루는 5층 야외 수영장 압권


강릉 경포대 호수와 바다 사이에 둔덕이 하나 놓여 있다. 그 둔덕의 정상에는 선이 곧은 건물 하나가 우뚝 서 있다. 둔덕 입구에서 소나무 숲길을 따라 구불구불 올라가면 하얀색 외벽 사이사이 유리창이 빼곡한 건물을 만나게 된다. 햇빛을 다양한 각도로 반사하며 빛과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하얀 파사드(입면)'를 가진 건물. 바로 '씨마크호텔'이다. 이 호텔은 미국의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82)의 국내 첫 설계작이다. 그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이다. 이 호텔은 리처드 마이어의 건축사무소 '리처드 마이어 앤 파트너스 아키텍츠'가 한국에 설계한 첫 번째 작품이자 그들이 세계에서 설계한 호텔 중 가장 큰 규모이다.

故정주영 명예회장이 사랑한 경포대 최고 호텔

호텔 이름인 씨마크는 영어 바다(Sea)와 프랑스어 일류(Marq)의 합성어이다. 씨마크는 '호텔현대 경포대'를 재건축해 지난해 6월 오픈한 것이다. 여기에는 독특한 사연이 있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을 맞춘 것이다.

이곳은 정 명예회장에게 각별한 장소였다. 지금은 북한 지역인 강원 통천군 송전면 아산리가 고향인 정 명예회장은 고향과 가까운 곳에서 향수를 달래고자 경포대를 자주 찾았다. 매년 씨마크호텔(옛 호텔현대 경포대)에서 여름 신입사원 수련대회를 열어 젊은 직원들과 씨름·배구 등을 즐겼다. 또 지난 1985년부터 10여년간 강원 죽도해수욕장에서 열린 해변시인학교에 매년 참가해 시인들과 술잔을 기울인 뒤 호텔에서 묵고 갔다.

이 호텔은 고 정 명예회장의 애정을 듬뿍 받은 호텔답게 경포대 최고의 경치와 환경을 누릴 수 있는 입지에 있다. 푸른 바다와 호수, 장엄한 일출과 태백산의 자태가 한눈에 들어오는 것. 리처드 마이어는 이 장점을 십분 활용했다.

리처드 마이어 측은 건축 잡지 '컨셉'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호텔이 바다를 향하는 최상의 조건을 갖춘 대지에 놓여 있었기에 그 위치·기운·전망을 극대화하는 방향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주변과 어울리고 받아들이는 하얀 건물

'하얀색의 건축가'라는 별명을 가진 리처드 마이어는 이곳에도 자신의 철학과 개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실제로 그는 외관에는 주로 하얀색을 사용하며 내부에는 하얀색과 회색, 그리고 나무를 혼합해 꾸미는 건축가다. 그가 하얀색을 좋아하는 이유는 주변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다른 색깔을 받아들여 흡수할 수 있는 색이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씨마크에서는 그 철학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외부 벽이 하얗게 칠해진 것은 물론이고 내부도 가끔 눈에 띄는 회색과 검은색을 제외하면 대부분 하얀색이다. 로비와 복도·객실까지 모두 일관된다. 리처드 마이어 측은 이 건축물을 설계할 때 외관뿐만 아니라 내부 인테리어까지 전체적인 개념을 구상하고 적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호텔 로비에만 들어서도 하얀색의 장점을 유감없이 느낄 수 있다. 날씨와 시간에 따라 변하는 바깥의 빛과 색깔이 호텔 내부로 온전히 투영되는 것.

실제로 이곳에서 근무하는 김정수 씨마크호텔 마케팅팀장은 "여러 유수의 호텔에서 일해왔지만 이토록 다채롭게 색이 변하는 곳은 처음"이라며 "들이치는 빛에 의해 바뀌는 내부 빛깔과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휴대폰 카메라를 켜 사진을 찍게 된다"고 말했다.



커튼월 공법 등 경포대를 품은 호텔

이 호텔의 또 다른 특징은 커튼월(Curtain Wall)을 통해 동해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내부로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 이는 그의 건축 초기인 1950년대 작품 스미스 하우스와 더글라스 하우스의 탁 트인 생활공간, 대지를 둘러싼 자연에의 개방성 및 노출성 등의 특징과 연장선상에 있다.

실제로 이 호텔의 모든 객실 전망은 바다나 호수를 품게 설계됐다. 바다 쪽으로 난 창밖으로는 파도치는 푸른 동해 바다가 널리 펼쳐진다. 호수 방향의 한적한 낮 풍경과 아름다운 밤 풍경 모두 투숙객의 몫이다. 특히 경포대의 수평선과 합을 이루는 5층의 수영장은 이 호텔의 백미다.

황준 황준도시건축사사무소 소장은 "이 호텔은 리처드 마이어의 건물 중에서도 그의 기본 철학과 개념을 성실히 반영한 완성도가 매우 높은 건물"이라고 말했다.

씨마크의 이러한 작품성은 이미 인정받았다. 지난해 새로 시행된 등급 평가제에서 최고 등급인 5성을 획득한 것. 국내에서 5성 등급은 지금껏 5곳이 받았으며 이중 서울이 아닌 곳에 있는 호텔로 씨마크가 유일하다.

제2 해운대 꿈꾸는 경포대… 호텔촌으로 탈바꿈

608실 '스카이베이 경포호텔' 작년 말 첫삽
복합리조트사업도 환경영향평가 협의 마쳐


서울 외 지역에서 유일한 5성 등급 호텔인 씨마크가 위치한 경포대. 씨마크호텔은 제2의 해운대를 꿈꾸는 경포대의 희망을 안고 있는 건물이기도 하다. 흥미롭게도 이곳은 지금 호텔 촌으로 탈바꿈하며 도시가 바뀌고 있다.

이곳의 풍광과 운치는 명성이 높다. 경포대에는 5개의 달이 뜬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것도 이러한 운치 때문이다. 하늘과 호수와 바다와 술잔, 그리고 님의 눈동자에서 모두 달이 보인다는 것. 실제로 경포대는 부산 해운대, 충남 대천과 함께 3대 해수욕장으로 꼽히고 있다.

다만 경포대엔 그동안 수준 높은 숙박시설과 마땅한 즐길거리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경포대에 최근 씨마크를 시작으로 호텔과 콘도 등 고급 숙박시설들의 공급이 활발하다. 2018년 동계올림픽을 대비해 공급자들이 속도를 내는 덕분이다.

빌더스개발이 시행하고 삼성물산이 시공하는 608실 규모의 스카이베이 경포 호텔은 지난해 말 첫 삽을 떴다. 씨마크 북쪽에 위치한 곳으로 씨마크와 마찬가지로 호수와 바다 사이에 낀 황금입지다. 또한 씨마크호텔 남쪽에서 서해종합건설이 추진하는 757실 규모의 강문해변 복합리조트 사업도 최근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마쳤다. 이외에도 경포대 벨트 인근의 여러 부지에서 개발회사들의 땅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인 빌더스 팀장은 "2018년 평창올림픽 빙상 종목은 모두 강릉에서 하기에 올림픽 후에도 견학 수요 등이 꾸준할 것"이라며 "이외에도 양양국제공항을 통해 관광객이 유입되면서 강릉 및 경포대의 발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릉=조권형기자 buzz@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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