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파문에도 ‘디젤차’의 질주가 매섭다. 논란이 된 ‘디젤 차량’ 대신 ‘친환경차’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지난해 팔린 차량 두 대 중 한 대가 디젤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시장에서 디젤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3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등록 차량 183만대의 52.5%에 달하는 96만2,127대가 디젤차로 집계됐다. 지난 2010년 약 60%였던 가솔린차 비중은 지난해 37%로 떨어졌다.
디젤차 판매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2013년 처음으로 가솔린차를 제친 디젤차는 지난해 100만대에 육박할 만큼 판매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일각에서는 폭스바겐에서 촉발된 디젤차 논란으로 ‘디젤차의 몰락’을 예상했지만 완전히 빗겨갔다. 높은 연비, 향상된 성능 등으로 소비자들의 ‘디젤’ 선호현상이 오히려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기아자동차는 각각 10종의 디젤차를 확보하면서 역대 가장 많은 총 20종의 디젤 라인업을 구축했다. 올해 출시된 ‘K7’에는 과거 모델에서 내놓지 않은 디젤 차량을 새롭게 선보였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위아는 폭증하는 디젤차 수요를 맞추기 위해 충남 서산에 연간 22만개 규모의 디젤엔진 공장을 짓는다. 현대차 관계자는 “과거 소비자들로부터 현대·기아차의 디젤 기술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 약 3년간 디젤차 성능개발을 위해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했다”며 “최근 출시된 디젤차는 소음진동을 줄이고 성능이 월등히 좋아졌다”고 밝혔다.
올해 디젤차 출시는 더욱 확대된다.
지난해 11월 이후 ‘유로5’ 디젤차 판매가 종료되면서 자동차 업체들은 ‘유로6’ 엔진을 장착한 디젤차를 연이어 내놓는다. 기아차는 최근 최초로 3.0ℓ급 디젤엔진을 탑재한 모하비를 선보였다. 제네시스의 첫 디젤 모델도 조만간 출시된다. 제네시스 디젤은 그동안 메르세데스벤츠·BMW 등에 밀려 고전해온 대형 디젤차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한 차량이기도 하다.
르노삼성자동차도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SM6’의 디젤 모델을 연내 출시한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디젤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 SM6 디젤 차량에 관한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디젤 모델이 출시되면 판매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국GM도 상반기에 유로6 기준을 충족한 ‘크루즈’와 ‘캡티바’를 공개한다는 입장이다.
수입 디젤차 판매도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폭스바겐 논란에도 지난해 4·4분기 국내 디젤 승용차 수입액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디젤 승용차 수입액은 중형 8억359만달러, 대형 8억672만달러에 달한다.
소비자들이 디젤차를 선호하는 이유로는 높은 연비와 개선된 성능 등이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저유가 시대가 지속되고 있지만 가솔린 대비 15%나 디젤 값이 저렴해 디젤차를 선호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솔린 차량과 비교해 디젤 차량의 연비가 월등히 뛰어나다는 것도 강점이다. 과거 문제가 됐던 디젤차의 소음진동 부분이 개선되면서 디젤차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사라진 것도 큰 몫을 했다.
업계에서는 디젤차의 인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폭스바겐 사태 이후 수입차 업체들이 각종 프로모션을 통해 오히려 디젤차 판매를 확대한 경향이 있다”며 “수입 디젤차와 경쟁하기 위해 국내 자동차 업체들도 디젤차 성능을 개선하고 출시 모델을 확대하고 있어 당분간 디젤차 판매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재원기자 wonderfu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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