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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외 카드사용액 15조 중 절반만 국내로 돌려도

국내 거주자들의 해외 씀씀이가 해마다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거주자가 외국에서 사용한 카드 금액은 전년보다 8.7% 늘어난 132억6,000만달러(약 15조원)에 달했다. 벌써 6년째 최고 기록 경신이다. 예년보다 증가세가 약간 꺾였다고는 하나 여전히 높은 수치일 수밖에 없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국내에서 쓰고 간 카드 사용액이 10% 넘게 급감한 100억4,800만달러에 그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저가항공사의 운항노선 확대 등으로 해외여행객이 급증했기 때문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꽁꽁 닫혔던 지갑이 해외만 가면 활짝 열린 실제 이유는 따로 있다. 기술발전과 교류확대, 기업 국제화 등으로 개인소비는 빠르게 글로벌화하고 있다. 저가항공이 발달하고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신흥국의 해외여행 수요도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세계 의료관광 시장은 무려 매년 15~25%의 초고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정보기술(IT) 발달에 따른 전자상거래 확산은 상품의 국경을 무너뜨리며 유통의 세계화를 초래했다.

세계 각국은 늘어나는 해외 수요를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관광입국을 내세우며 관광산업과 교통요금에 대한 규제를 풀고 면세점을 확대한 이유다. 있던 면세점 면허도 빼앗고 저질 관광상품이 판치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르다. 이러니 우리 국민의 해외소비가 늘어나는 것도 당연하다.



가뜩이나 소비위축에 허덕이는데 관광이나 의료·교육 등의 분야까지 해외에 빼앗긴다면 우리 경제는 희망이 없다. 외국인의 국내 소비를 방해하고 우리 국민의 내수 여력을 해외로 밀어내는 규제들을 일소해야 한다. 해외 소비의 절반만 건져도 내수시장 곳곳에 온기를 돌게 할 수 있다. 1,500일 넘게 낮잠만 자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국회 통과가 더 늦춰져서는 안 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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