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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267> ‘유토피아’와 동심

최근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의 주인공 토끼 캐릭터 주디 홉스 경관. /사진출처=디즈니




‘정글 같은 사회’. 현실세계의 냉정함이 정글을 지배하는 법칙인 약육강식과 닮았다며 나온 표현이다.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미디어를 통해 지나치게 많이 유통된 탓일까. 맘껏 꿈을 펼쳐도 모자랄 초등학교의 장래희망란에 공무원이 쓰인 지 오래다. 어른이 된 우리 모두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디즈니가 최근 개봉한 애니메이션 ‘주토피아’는 나를 뜨끔하게 만들었다. 특히 극 초반 주인공인 ‘주디 홉스’ 양친이 주디가 최초의 토끼 경찰관이 되겠다는 꿈을 선포하자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할 일도 없다’며 걱정을 내비친 대목에서. 아이가 상처받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부모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당근 농사를 짓자고 권유한다. 동물세계가 문명화 됐다고 해도 연약한 토끼라는 ‘선천적 한계’가 발목을 잡을 것이라 여긴 것이다. 다행히 주디는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기치를 내건 도시 ‘주토피아’의 경찰관이 되겠다는 꿈을 접지 않는다. 그리고 이뤄내고야 만다. 주디가 해낸 건 단순한 구직 활동이 아니다. 토끼라는 선천적 한계 이전에 가장 가까운 사람들조차 가지고 있던 편견을 보란 듯이 깨부순 것이다.

내가 동심(童心)을 잃은 건 언제였을까.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분명한 건 나 역시 ‘세상이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다’, ‘먹고 살기 힘들다’는 현실을 비교적 어렸을 때 깨달았다는 점이다. 갖가지 사건 사고 뉴스를 접하면서 간접적으로, 또 누군가와 경쟁이란 걸 직접 경험하게 되면서 직접적으로 체득했다. 시간이 갈수록 동심을 잃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요즘은 5~6살, 또래 친구들과 함께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그렇다는데 10년 후엔 얼만큼 당겨질지 착잡한 마음마저 든다. 현실과 쏙 빼 닮은 동물세계의 편견 속에서도 꿈을 지켜온 주디는 어른이 된 후에도 동심을 간직하고 있는, 개인적으로 매우 부러운 존재다. 주디는 세상을 향한 새로운 첫 발에 얼마나 많은 기대감을 가졌을까.



안타깝게도 세상은 결코 만만치 않다. ‘지금 간절히 바라는 대로만 된다면 행복할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은 여지없이 무너지기 마련이다. 수많은 편견을 딛고 선 자리엔 또 다른 편견이 겹겹이 쌓여있다. ‘주토피아’ 속 주디가 경관이 된 후에 마주한 세상 역시 꿈꿔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는다. 동심을 영원히 간직하려는 소망은 로망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현실이 각박할수록 우리는 더 간절하게 유토피아를 꿈꾼다. 해피엔딩을 지향하는 애니메이션 관람자 상당수가 어른이라고 한다. 그만큼 잃어버린 동심을 회복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뜻일 것이다. 편견을 딛고 앞으로 전진하는 이야기가 동화로만 남지 않을 수 있기를 바란다.
/김나영기자 iluvny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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