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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시험대에 올라선 對中 외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통과된 지 일주일 지났다. 국제사회가 유례없는 고강도 대북 제재안을 채택한 후 사후 조치를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필리핀이 지난 5일 인도네시아를 거쳐 자국에 입항한 북한 화물선 '진텅'호를 몰수 조치하며 유엔안보리 결의안 첫 집행 테이프를 끊었고 멕시코도 2년 가까이 억류했던 북한 선박의 몰수를 검토하고 있다. 대북제재에 다소 미온적이던 러시아도 북한 국적 불법 근로자 14명을 적발해 추방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에 기항한 제3국 선박의 국내 입항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독자 대북 제재안을 이미 발표한 상태고 미국도 지난달 의회를 통과한 독자 대북 제재안의 시행령 성격인 행정명령을 마무리해 조만간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가 채택되기까지 한반도 주변 강국의 신경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북한에 호의적이었던 중국과 러시아가 강도 높은 결의안에 참여한 것은 이번에는 북한의 핵 포기 선언을 받아내야 한다는 절박하면서도 강경한 국제사회의 의지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유엔 안보리가 결의한 대북 제재안 2270호는 무기·화물·광물·금융은 물론 북한의 핵심 기구와 인사들까지 제재 대상에 올려놓아 지난 20여년간 있었던 안보리 제재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제대로만 시행된다면 북한에 유례없는 충격파가 될 수 있다.



문제는 과거 역사에서 보듯 대북 문제는 낙관론에만 기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과거 사례에 비춰 제재안을 통한 북한 압박에 벌써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몇몇 대북 전문가들은 전통적으로 북한 편들기에 급급했던 중국이 확실한 변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이번 제재안 결의도 실효성은 그다지 높지 않을 것이라며 대북 제재안 무용론을 펼치기도 한다. 네 차례의 앞선 유엔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 능력이 오히려 고도화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국제사회 결의는 그저 선언 구호에 불과하다는 이들의 말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뒤집어 보면 이 같은 회의론은 역설적이지만 국제사회 의지에 따라 대북제재 이행과 북한의 비핵화 이슈가 얼마든지 급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긍정론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을 얼마든지 압박할 수 있고 비핵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신념이 현실화하려면 적어도 이 문제에서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의 역할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중국은 2013년 3차 핵실험 후 독자제재로 항공유 수출 축소를 취해왔고 이 같은 제재로 중국의 북한 항공유 수출은 2012년 연간 4만톤에서 지난해는 1,500톤으로 급감했다. 이번 대북 제재안의 핵심인 광물 수출 통제는 제대로만 지켜진다면 북한의 외화벌이 숨통을 조일 수 있는 강력한 펀치가 될 수 있다.

안타까운 점은 이번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나타난 우리 정부와 중국 사이의 외교적 불협화음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도입 이슈를 대북 문제에서 중국을 압박하는 지렛대 카드로 사용한 것에 대해 베이징의 외교가에서는 실착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중국은 한국을 뒷전으로 밀어 놓고 미국과 양자 회동을 통해 사드 이슈를 잠재우는 실리를 챙기고 결의안에 합의하는 한 수 앞선 외교 행보를 보였다. 힘이 지배하는 외교 공간에서 막강한 군사력을 지닌 미국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북한 제재의 키를 쥐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를 현명하게 유지하지 않고는 북한의 비핵화 노력은 그 어떤 열매도 맺기 힘들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제사회가 마련한 새로운 대북 제재안을 손에 쥔 우리 정부는 대중 외교라는 힘든 시험대에 올라섰다. 다섯 번째 대북 제재안이 한국과 중국의 외교 관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홍병문 베이징 특파원 hb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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