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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수출 공기업이 뛴다] 발전서 신재생까지 해외로… 한전 '글로벌 에너지 벨트' 꿈 영근다

<1> 한국전력

19개 국가 33개 프로젝트… 해외사업서 2.6조 순이익

전기료 5% 인상 상쇄효과… 동반진출 기업도 3조 수출


글로벌 교역 부진 등의 여파로 우리 수출이 사상 최장인 14개월 연속 감소할 정도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공기업들이 높은 공신력과 인지도를 바탕으로 해외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분야는 발전소 및 대형 플랜트 건설, 수출 금융, 물류 등으로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제품 수출 위주의 민간 기업과는 달리 대형 프로젝트 등 인프라 중심의 사업을 펼쳐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크다. 실제 공기업과 해외로 동반 진출해 리스크를 낮추면서 사업을 확장하는 기업들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공기업들이 '수출 한국'을 지원하고 독려하는 첨병이자 플랫폼으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서울경제신문은 '위기의 수출, 공기업이 뛴다' 시리즈를 통해 공기업의 위상과 역할을 짚어본다.

지난해 말 한국전력은 요르단과 5억1,000만달러 규모의 '푸제이즈 풍력발전소' 전력판매계약을 체결했다. 한전이 100% 지분을 갖고 풍력발전소를 건설해 운영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한전의 고위관계자는 "화석연료에서 청정연료로 에너지 패러다임이 급속히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도 후발 주자인 한전이 기존 강자인 유럽 업체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푸제이즈 풍력발전소 수주는 그동안 화력발전·송배전 등에 집중됐던 한전의 해외 사업이 에너지 산업 재편의 핵심에 자리한 신재생에너지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전으로서는 한결 더 탄탄하고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돼 해외 공략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은 올 한 해도 해외에서 발전소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국내 건설 업체와 부품·기자재 기업 등의 사업 참여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마이크로그리드(MG·소규모 지역에서 자체 전기를 생산 소비하는 전력망), 에너지저장정치(ESS) 등 에너지 신산업 분야 수출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2020년 해외 매출 16조5,000억원까지 늘린다=지난해 한전의 해외 사업 매출은 전체의 8.1%인 4조8,612억원(순이익 4,581억원)에 달했다. 우리 산업 전반이 수출 부진에 고전하고 있지만 한전은 전년 대비 해외 매출이 23% 늘었다. 신기후 체제 도입 등으로 요동치고 있는 에너지 산업 환경에 맞춰 신산업 투자 등을 꾸준히 해온 결과다. 한전은 오는 2020년 전체 매출에서 20%인 16조5,000억원을 해외에서 거둔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전이 공을 들이는 1차 타깃은 경제 성장이 기대되는 신시장. 전력손실 문제가 심각한 인도에서는 선진 원격 검침 기술로 송배전 효율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키고 ESS를 통해 발전소 출력을 높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이란에서도 발전소 성능 복구 사업, 전력망 효율 개선 사업 등에 나선다. 최근에는 이란 철강 기업 PKP 등과 500㎿ 규모의 부생가스발전소를 건설하는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신재생에너지 쪽에서는 태양광 수주에 적극적이다. 일본에서 태양광 사업 수주(30㎿)가 막바지에 이른 데 이어 올해는 호주(50㎿ 규모)에서도 성과가 예상된다. 태양광 사업을 따내면 패널·모듈·인버터 등 국내 태양광 부품 업체의 수출길이 열려 일석이조다. 해외 사업에서 비중이 가장 높은 화력발전은 중남미·중동·동남아 등에서,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처음 수출한 원전은 사우디·베트남·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사업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벨트 구축 '성큼'=한전의 해외 사업은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국내 전기요금 인상 억제로 이어질 수 있다. 한전은 1995년 이후 2015년까지 해외 사업에서 총 2조6,000억원의 순이익(매출 20조9,000억원)을 올렸다. 이 정도면 전기요금 5.2% 인상을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이다.

또 한전의 해외 사업은 시공, 기자재 조달 등에서 국내 기업의 동반 진출로 연결된다. 국내 부품 업체는 기술이 우수해도 마케팅 능력 등에서 밀려 해외 공략이 쉽지 않다. 그런 만큼 브랜드 파워를 갖춘 한전의 지원은 큰 힘이 된다. 실제 한전은 지난해 해외로 동반 진출한 국내 기업의 수출 실적이 대략 25억달러(3조원)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재 한전은 총 19개국에 진출했는데 프로젝트는 33개(지난해 말 기준)에 이른다. 최근에도 캐나다에 130억원 규모의 마이크로 그리드 사업을 시작했고 중남미 멕시코에서는 화력발전 사업, 나이지리아에서는 발전소 성능 개선 사업, 중국에서는 지분 투자 형태로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에 발을 담갔다. 한전의 '글로벌 에너지 벨트 구축'이라는 꿈도 현실이 돼가고 있는 것. 한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사업과 달리 해외 사업은 철저히 수익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고 중소기업과의 상생도 가능해 여러모로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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