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알리바바, ‘메이드 인 USA’에 주목하다


중국 전자상거래 대기업 알리바바는 매출과 명망을 높이기 위해 미국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 기업들은 더 쉽게 중국 소비자에 다가갈 수 있는 경로를 모색해야 한다. 이런 상황은 양국 비즈니스 관계의 중대한 서막이라고 볼 수 있을까? BY Leena Rao, ILLUSTRASION BY CHARIS TSEVIS

“향을 맡고, 잔을 가볍게 돌린 뒤, 입안에서 굴려 맛을 음미해 보세요.” 이탈리아 출신 소믈리에가 로버트 몬다비 Robert Mondavi *역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소재 유명 와인 제조업체 레드 와인이 가득 담긴 잔 너머로 말했다. 옷을 잘 갖춰 입고 와인을 시음하는 참석자 중에는 그의 말을 경청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와인 잔을 움켜쥐고 녹음이 우거진 정원을 떠돌거나 와인 통을 수직으로 세워 만든 테이블에 앉아 치즈와 샤퀴테리 charcuterie *역주: 소금에 절이거나 훈제시킨 육가공품 를 맛보는 이들도 있었다.

이는 캘리포니아 주 나파밸리 Napa Valley의 관광 책자에나 나올 만한 장면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카베르네 Cabernets 와인의 주요 생산지인 나파밸리에서 약 6,200마일(약 9,977km) 떨어진 중국 항저우 Hangzhou에서 열린 행사였다. 정원 너머로는 도시 외곽이 보였다. 행사장으로부터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는 도시의 스모그가 두껍게 자리잡고 있었다. 캘리포니아 스타일의 이 와인 시음이벤트는 전자상거래 거대기업 알리바바 Alibaba 본사 사옥에서 열린 팝업 이벤트였다. 알리바바의 거대한 고객층에 다가가기 위해 몬다비가 마련한 캠페인의 일부였다.

행사 참석자 거의 전부는 중국 청년들이었다. 이들 중 몇몇은 미국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동유럽 브랜디 슬리보비츠 Slivovitz나 소주를 마실 때처럼 조심스럽게 와인의 향을 맡으며 조금씩 시음을 했다. 소믈리에가 와인잔을 쥐는 방법과 같은 기본적인 설명을 할 때도 객석에선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여러 문화가 섞인 이 사교행사에선 알리바바와 미국 기업들이 중대한 이해 관계를 놓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한눈에 느낄 수 있었다.

알리바바는 지난 5년 간 가장 급성장한 전자상거래 기업이다. 이베이 eBay와 아마존 Amazon을 합친 듯한 회사다. 실사용자(active user)는 3억 8,600만 명에 달한다. 2015회계연도 매출은 3,940억 달러를 기록했다. 중국 내 2위 경쟁기업 매출의 6배에 이르는 규모다. 알리바바는 급증하는 부유한 중국 중산층 소비자를 위해 적절한 시기에 어마어마한 시장을 창출해 냈고, 현대적인 유통 경로도 구축했다. 재스민 수 Jasmine Xu 프록터 앤드 갬블 그레이터차이나 Procter & Gamble Greater China 전자상거래 부문 사장은 “중국 소비자들은 다른 어느 나라에서보다 빠르게 새로운 소매판매 형식과 온라인 쇼핑에 적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트렌드에 힘입어 알리바바는 놀라울 정도로 급부상했고, 막강한 아마존과도 파트너 협약을 맺을 수 있었다. 2014년 진행된 알리바바의 기업공개는 당시 재계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은 이벤트 중 하나였다.

그러나 현재의 알리바바 모습은 그다지 굳건해 보이지 않는다. 중국의 경기둔화와 제이디닷컴 JD.com 등 경쟁기업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이다. 주가는 기업공개 당시 고점이었던 115달러 대비 26% 하락한 80달러 중반에 머물고 있다. 성장에 다시 한 번 박차를 가하기 위해 창업자 잭 마 Jack Ma 회장과 CEO 대니얼 장 Daniel Zhang은 중국에서 상당히 인기 있는 미국 브랜드에 의존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마 회장은 “알리바바의 미래에 대단히 중요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알리바바는 P&G, 에스티로더 Estee Lauder, 메이시 Macy’s 같은 상징성 있는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구애를 하고 있다. 이들이 세계 최대 인구를 보유한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데 지름길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 대한 해외 기업들의 마케팅, 데이터 분석, 운송을 지원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티몰 글로벌 Tmall Global을 설립해 중국 진출 해외 기업들에 대한 자사 매력도를 더욱 높이기도 했다. 미국 브랜드들은 티몰 글로벌을 통해 조세 및 규제상 장애물을 피하고, 물류상 곤란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 이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알리바바는 중국의 ‘싱글데이 Singles Day(독신자의 날 · 광군절)’를 수익성 높은 쇼핑 행사로 탈바꿈시킨 주역이다. 알리바바의 지난해 광군절 하루 매출은 143억 달러나 됐다. 미국의 추수감사절, 블랙 프라이데이 Black Friday, 사이버 먼데이 Cyber Monday 기간 *역주: 11월 마지막 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에서 그 다음 주 월요일까지 이어지는 미국의 최대 쇼핑 시즌 동안 결제된 전자상거래 매출 전체의 두 배나 된다.

마와 장의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알리바바와 중국 진출 미국 기업들은 모두 엄청난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알리바바는 2~5%의 거래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데, 2015회계연도 매출은 120억 달러였다. 투자사 선트러스트 로빈슨 험프리 SunTrust Robinson Humphrey의 애널리스트 밥 펙 Bob Peck은 2017년까지 알리바바에서 판매되는 미국 · 유럽 상품의 연 매출이 300억~400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이라 전망했다. 알리바바 총 매출에 매년 20억 달러 이상이 추가되는 셈이다. 다국적 브랜드가 판매하는 상품 중 상당수가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에서 제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알리바바의 매출이 그만큼 증가하면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도 두 자릿수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 기준, 중국의 대미 수출은 1,200억 달러 수준이었다.

물론 이는 최선의 상황을 고려한 추정치다. 장도 “미국에서 잘 팔리는 물건이라도 중국에서 항상 인기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인정했다.

차이나 마켓 리서치 그룹 China Market Research Group의 벤 캐벤더 Ben Cavender는 미국 브랜드들이 자사 상품을 선보이는 용도로 알리바바를 이용한 뒤 다른 판매경로를 모색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이 관계의 잠재력은 상당히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춘은 이 같은 급격한 비즈니스 관계 진전에 대해 심층 취재를 진행했다.

알리바바의 간판 웹사이트 타오바오 Taobao는 2003년 출범했다. 기본적으로 중국판 이베이라 보면 된다. 주로 소기업이나 개인이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가상 시장으로 볼 수 있다. 영세 소매업자의 특이한 수집품이나 보석이 박힌 아이폰 케이스, 살아있는 전갈까지 찾아볼 수 있다. 초기에는 외국 상품의 모조품 판매 경로로 이용됐는데, 알리바바가 조치를 취했음에도 타오바오의 모조품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알리바바의 또 다른 사이트 티몰은 2008년 타오바오와 완전히 구분되는 비즈니스 모델로 시작됐다. 장의 아이디어였다. 그는 명품 브랜드에 초점을 맞춰 티몰을 고급 의류, 식료품, 전자기기 판매처로 구상했다. 방문객들은 올레이 Olay 페이스크림에서 버버리 Burberry 코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을 구경할 수 있다. 티몰은 알리바바가 자사 성장에 있어 크게 의존하는 사업 부문이기도 하다. 물론 작년 3분기 총 매출 690억 달러를 기록한 타오바오의 규모가 여전히 더 큰 상황이다. 동 분기 티몰 매출은 430억 달러였지만,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성장률은 타오바오의 4배 수준인 56%를 기록했다.

티몰은 브랜드 상품에 관심이 높은 중국 중산층 급증에 힘입어 성장세를 타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 Credit Suisse의 추정에 따르면, 현재 연 소득 5만~50만 달러인 중국 중산층 인구는 1억 900만 명에 달한다. 2022년에는 이 수치가 5억 명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전자상거래를 자연스럽게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실제로 중국 소비자는 40%가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구매하지만, 미국 소비자는 이 비율이 10%에 불과한 상황이다.

중국인 상당수는 외국 상품을 선호한다. 중국에선 자국 브랜드보다 해외 브랜드의 인식이 더 좋은 경우가 많다. 최근 여러 차례 중국산 식품 및 화장품에서 유해 화학물질이 검출되면서 이런 심리가 강화됐다. 항저우에 거주하는 40대 운전기사 민 수 Min Su는 “티몰에서 화장품을 사는 일에 중독됐다”며 “키엘 Keihl’s이나 랑콤 Lancome 같은 브랜드만 신뢰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브랜드 상품은 피부에도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매장은 믿지 못해 “가게에선 물건을 구매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티몰은 미국 기업들을 민 수 같은 소비자들에게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티몰 입점은 전체 유통 과정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캐벤더는 “(중국 내) 사업체 운영은 대기업이라도 매우 힘든 일”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모든 외국 기업과 마찬가지로 티몰 파트너사도 중국 법인을 설립하고, 중국 은행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법인 설립에 필요한 라이선스 · 허가 관련 서류는 모두 방문 제출해야 하며, 종종 여러 대행사를 거쳐 이뤄진다. 은행 계좌 개설에만 몇 달씩 걸리기도 한다. 때문에 이미 중국에 인프라 투자를 한 미국 대기업들-나이키 Nike, P&G, 갭 Gap과 아마존 등이 대표적이다-은 티몰을 활용하는 반면, 그외 기업들은 여전히 행정 절차가 과도하다고 느끼고 있다.

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4년 티몰 글로벌을 설립했다. ‘국경을 넘는’ 마켓인 티몰 글로벌은 중국 규제 상의 큰 허점을 이용한다. 바로 티몰 글로벌에서만 상품을 판매하는 외국 기업들은 중국 내 자회사나 은행 계좌를 개설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때문에 이들은 단 며칠 만에 중국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 게다가 알리바바에서 분사한 금융회사 앤트 파이낸셜 Ant Financial이 각 브랜드의 자국 은행과의 거래를, 물류 자회사 차이니아오 Cainiao가 운송과 재고를 처리해주고 있다. 티몰 고객은 운송비까지 따로 지불한다.

티몰 글로벌을 이용하는 기업들이 가장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은 아마도 조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알리바바는 중국 정부와 협력해 4개 도시에 보세 창고(bonded warehouse)를 설립했다. 여기로 운송되는 상품은 관세가 10% 할인되는데, 고객이 구매를 완료한 후에야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캐벤더는 해외 브랜드에 통상 부여되는 도매 관세율 30~40%와 대비된다고 설명했다. 알리바바 관계자들은 “정부가 이런 조건에 동의한 이유는 중국인들이 자국 소비를 늘릴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은 항저우의 삭막한 사무실에서 미국 기업들과 ‘디지털 중국’을 이어준 연결고리가 바로 티몰 글로벌이라고 강조했다. 장(43)은 잭 마 회장의 제자로, 2007년 알리바바에 입사해 금융 부문을 맡았다. 이전에는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PricewaterhouseCoopers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의 목소리는 상당히 부드러워서, 가까이 다가가야 들릴 정도다. 단순한 남색 정장은 호리호리한 체격에 맞지 않게 헐렁하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주장에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인다. 미국 기업 경영인을 앞에 세워두고 말하듯, “잃을 게 없다”고 단언한다. 장은 “티몰 글로벌은 막대한 투자 없이도 중국 시장을 배우고, 중국 소비자를 이해할 수 있도록 기업들을 도와준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그의 시도는 모두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했다. 코스트코 Costco는 티몰 글로벌을 통해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지난 10년 간 중국에서 전자상거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노력했다가 실패한 백화점 거물 메이시도 이제 티몰 글로벌의 ‘간판’ 판매자로 입점해 있다. 중국에서 이미 널리 판매되는 P&G 등 일부 기업들도 신제품 출시를 단축시킬 수 있어 티몰 글로벌을 이용하고 있다. 가장 큰 관건은 지금 ‘간을 보고 있는’ 이 브랜드들이 향후 티몰에 전념할지 여부다.

젊은 근로자들은 알리바바 본사 사옥에서 휴대폰 메시지를 보내거나, 웃으며 무리를 지어 다닌다. 알리바바 로고가 새겨진 2인용 자전거를 타고 건물을 오가는 이들도 많다. 각 층마다 배치된 수유실, 탁구대 등 실리콘밸리 식 혜택도 제공된다. 물론 방문객들이 캘리포니아 주 멘로 파크 Menlo Park가 아닌 항저우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해주는 만한 요소들도 많다. 넓은 사무실 바닥에는 행운을 위해 책상마다 하나씩 대나무 화분이 줄지어 세워져 있다. 키가 큰 대나무 줄기가 비어 있는 책상들을 산림 개간(forest clearing)을 거친 것처럼 황량하게 보이게 한다. 알리바바 본사는 첨단 기술로 무장돼 있지만, 화장실은 여전히 대부분 재래식이며, 직원들은 각 화장실마다 구비되어 있는 양동이에 찻잎을 버리기도 한다.

건물들 사이 가려진 곳에선 외국 브랜드를 위한 알리바바의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다. 2014년 코스트코는 중국에서 식품 판매를 개시하기로 결정하고, 몇톤의 견과류를 화물선에 실어 닝보 Ningbo에 있는 보세창고로 보냈다. 이후 중국 내 물류 상황은 전부 차이니아오가 담당했다. 알리바바의 배송 네트워크는 중국에서 가장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진 않는다. 경쟁사 제이디닷컴은 40개 도시로 당일 배송이 가능한 반면, 알리바바는 그 숫자가 6개 도시에 그친다. 그러나 배송 범위는 엄청나다. 차이니아오 대표 완 린 Wan Lin에 따르면, 중국 내 모든 지역으로 배송을 할 수 있으며, 200여 개 도시로는 익일 배송이 가능하다. 차이니나오는 올해 해외 상품 수용 공간 확보를 위해 물류창고 공간을 5,400만 제곱피트(약 5km2)로 5배 확장할 계획이다. 뉴욕 시 센트럴파크 Central Park보다 넓은 규모다.

알리바바는 중국 시장 내 인기 상품도 예측을 해주고 있다. 예컨대 메이시에겐 액세서리, 신발, 수건, 침대 시트 등 ‘피부에 직접 닿는’ 상품-중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해외 브랜드 분야다-에 초점을 맞춰 티몰 글로벌에서 판매를 하도록 조언을 해주었다. 식품 시장에선 알리바바의 문화적 해석 능력이 특히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중국인 대다수는 바닷가재를 마치 ‘화성 음식’처럼 친숙하지 않게 느낀다. 그래서 티몰 글로벌의 앨빈 리우 Alvin Liu 본부장은 갑각류 요리 방법에 대한 미국 어부들의 안내 동영상을 고객에게 제공했다고 말했다. 캠벨 Campbell’s은 또 다른 경우다. 자사 수프가 수프 자체보단 다른 요리의 소스로 더 많이 활용된다는 점을 간파했다. 캠벨은 중국인 셰프를 고용해 자사 토마토 수프를 활용, 달콤하고 새콤한 중국 전통 소스를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티몰에 제공하기 시작했다.

로버트 몬다비의 버니 슈 Bernie Chou 중국 지부장은 “중국인 상당수는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고 다 마시지 못할 수도 있는 와인을 750ml짜리 병 채로 사는 걸 주저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컨스텔레이션 브랜드 Constellation Brands 소속인 몬다비는 소비자들이 샤르도네 Chardonnay, 카베르네 쇼비뇽 Cabernet Sauvignon, 멜롯 Merlot 등 다양한 와인을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도록 기존 용량의 4분의 1인 187ml짜리 미니병으로 제품을 출시했다.

알리바바는 미국 기업들에 여러 프로모션 혜택도 제공한다. 엄청난 양의 구매 데이터를 활용해 마케팅 타깃을 정한다. 예컨대 알래스카산 은대구를 구매한 사람은 다른 미국 특산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하는 식이다. 또 티몰은 브랜드에 상관 없이 기저귀를 구매한 소비자에게 P&G의 기저귀, 물티슈 등 다른 유아용품을 홍보하고 있다.

이들 브랜드가 미국산이라는 사실은 계속 강조되고 있다. 티몰 웹사이트의 상품 설명에는 종종 ‘메이드 인 USA’라는 문구가 붉은 색 대문자로 크게 표시된다. 지난해 봄 워싱턴 사과위원회(Washington Apple Commission)는 티몰 글로벌에서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매출은 10만 달러 가량에 불과했지만, 마케팅 팀장 리베카 라이언스 Rebecca Lyons는 1,840만 명이 클릭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 중국인들은 사과가 미국산이라는 점에 크게 끌렸다. 이 행사로 홍보효과를 톡톡히 본 워싱턴 사과는 이후 샘스클럽 Sam’s Club 등 중국 내 소매기업에 입점을 했다. 티몰은 구매자가 QR코드를 사용해 스마트폰으로 과일 원산지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미국 브랜드들은 알리바바를 통한 중국 시장 진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정확한 실적을 밝히는 기업은 거의 없다. 알리바바도 해외 상품 합산 매출 공개를 거부하고 있으며, 장은 미국 상품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작은 수준이라고만 언급했다. 포춘이 취재한 10개 미국 기업 모두 티몰과 티몰 글로벌의 총 매출 공개를 거부했다. 캠벨 대변인은 “중국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라는 형식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팸퍼스 Pampers 기저귀에서 질레트 Gillette 면도기까지 다양한 상품을 티몰을 통해 판매하는 P&G는 보다 낙관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세부사항은 언급하지 않았다. P&G는 ‘티몰을 포함하지만 이에 국한되지 않는 중국 내 전자상거래 사업이 미국·유럽 시장을 뛰어넘어 회사 최대의 온라인 소매사업이 됐다’는 입장을 보였다. P&G는 중국시장 총 연매출 70억 달러에서 전자상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4년 간 100배 성장했다는 사실은 밝혔다.

알리바바 입점 해외 브랜드들은 대대적인 광고 프로모션을 통해 많은 관심과 수익을 얻고 있다. 지난해 9월, 6일 동안 진행된 티몰 프로모션을 통해 에스티로더는 13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4월에 열린 이틀 간의 행사에선 자사 라메르 La Mer 페이스크림을 60만 달러어치나 판매했다. 소매산업 전문가들은 프로모션 기간 동안 매우 큰 폭의 할인율이 적용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광군절 행사에서 브랜드 입지를 확보할 수만 있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판단된다.

광군절 또한 대니얼 장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연인이 없는 중국 대학생들이 비꼬듯이 기념하던 날을 대규모 온라인 쇼핑 행사로 탈바꿈시킨 것이었다. 웨드부시 시큐리티 Wedbush Securities의 소매 애널리스트이자 매니징 디렉터인 길 루리아 Gil Luria는 “이 정도 규모의 상거래 행사라면 미국 소매기업들이 무조건 참여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2015년 행사에 처음 참여한 기업들이 애플, 에스티로더, 로버트 몬다비, 메이시 등이었다. 미국 판매 급증이 예상되자 차이니아오는 전세 운송기 200대를 확보하기도 했다. 완 린은 일반 상업기의 짐칸에 넣어 배송하는 기존 방식으론 충분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작년 11월 11일 광군절 행사가 개장한 지 단 8분 만에 알리바바의 매출은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하루 총매출은 143억 달러에 달했다(제이디닷컴 등 여타 중국 전자상거래 사이트도 행사를 진행하지만, 매출 규모는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해외 브랜드 실적은 어땠을까. 알리바바는 낙관적이면서도 모호한 입장이다. 정확한 금액은 언급하지 않으면서 3,000만 명 가량인 전체 구매자의 33%가 하나 이상의 해외 브랜드나 해외 판매 상품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최다 매출을 기록한 해외 판매업체로는 코스트코를 지목했다. 코스트코는 중국 소비자들이 속옷, 주방용품, 혼합 견과류 245톤 등 다양한 식품 등을 구매하도록 유도해 매출 약 410만 달러(포춘의 대략적인 추정치)를 올렸다(포춘은 여러 차례 코멘트를 요구했지만 코스트코는 끝내 거부했다).

성공의 증거를 찾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선트러스트의 애널리스트 밥 펙은 2015년 광군절 행사가 외국 기업에 대한 약속을 이행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3,000만 명의 알리바바 고객 수와 자신의 티몰 소비 패턴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해외 브랜드의 이날 총 매출이 20억 달러 가량이었다고 분석했다. 이 중 미국 브랜드가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즉, 이날 전체 매출의 14%가 해외 상품-펙은 연간 매출 비중도 유사한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P&G는 2015년 광군절 매출이 단 3시간 만에 전년 매출을 뛰어넘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항상 신중한 어조로 말하는 장 역시 조심스럽게 성공을 뽐내며 “광군절은 중국 국내 소비의 여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잘 팔리는 상품
중국인 소비자 다수가 미국 브랜드를 동경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부가 미국 제품을 사는 건 아니다. 알리바바의 파트너사인 미국 기업들이 신흥 중국 시장 판매 경험을 통해 배운 교훈들을 소개한다.

작게 시작하라
중국 소비자들은 친숙하지 않은 상품을 큰 사이즈로 구매하는 것을 꺼린다. 로버트 몬다비는 1인용 미니병-기존 와인병의 1/4 크기-을 출시해 소비자들이 샤르도네, 멜롯 등 다양한 상품을 사도록 유도했다.

‘미국산’임을 강조하라
중국 소비자 상당수는 화장품, 기저귀, 개인 위생용품 같은 ‘피부에 직접 닿는’ 상품에서 해외 브랜드를 선호한다. 화장품 대기업 에스티로더는 알리바바 웹페이지 상품설명 대부분에 ‘메이드 인 USA’라는 글씨를 굵고 크게 강조하고 있다.

말보다 직접 보여줘라
일부 미국 기업들은 중국 소비자들에게 자사 상품의 사용법을 직접 알려줄 필요가 있다. 중국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바닷가재가 한 예이다. 푸드엑스포트 노스이스트는 가정에서 쉽게 바닷가재를 요리하는 방법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티몰에 게재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