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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폭스콘이 샤프를 인수한 속내

신경립 국제부 차장




“디스플레이 산업은 지금 경쟁의 경기장이 바뀌는 시점을 맞고 있습니다. 승자는 재빨리 움직이는 진영이 될 것입니다.”

지난 2일 오후 일본 오사카 사카이시에 위치한 액정 패널 제조업체 사카이디스플레이프로덕트(SDP)에서 열린 대만 폭스콘(홍하이정밀공업)의 일본 샤프 인수 기자회견에서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은 자신감에 찬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서 앞서가는 한국 삼성전자를 어떻게 따라잡을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한국이 장악한 차세대 기술인 OLED와 샤프가 특화한 에너지 절감형 액정표시장치(LCD) 기술 ‘이그조(IGZO)’의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으며 여기서 승기를 잡는 쪽이 앞으로 디스플레이 시장의 승자가 될 것이라는 궈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앞으로 샤프를 앞세운 폭스콘이 삼성전자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한 판 승부를 벌이겠다는 도전장을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폭스콘의 샤프 인수계약은 일본 제조업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주요 가전업체가 외국 자본에 넘어간 첫 사례라는 점에서 세계적인 이목을 끌어왔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이 계약을 단순한 ‘남의 집 불구경’으로 여길 수 없다. 샤프를 품은 대만 폭스콘의 궈 회장은 2000년 이후 불과 15년 만에 회사 매출을 50배로 불리며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위탁제조사를 키워낸 저돌적인 경영자다. 궈 회장이 2012년 샤프와 자본 및 업무 제휴를 체결하면서부터 강조했던 목표는 “3~5년 안에 삼성전자를 꺾겠다”는 것이었다. 일각에서는 ‘부실덩어리’ 샤프 인수가 폭스콘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지만 한국과 삼성전자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 온 궈 회장이 샤프의 기술력과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걸어 올 도전의 무게를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폭스콘을 등에 업은 샤프가 경영 회생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세계 OLED 시장의 95%를 장악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향한 궈 회장의 도전은 훗날 집념에 사로잡힌 한 경영자의 실수담으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불과 수년 전 뒤집힌 샤프와 삼성전자의 운명은 순간의 자만이 기업의 운명을 바꿔놓는다는 사실을 각인시킨다. 세계 정상에 올라 고유의 액정 기술만을 고집했던 샤프는 OLED라는 차세대 기술로 ‘경기장이 바뀌는’ 것을 간과하다가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지적대로 “시장은 변화에 기대”한다. 그리고 시장에서는 OLED 기술이 주도하는 디스플레이 시장의 변화에 대한 기대가 고개를 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널리스트들을 인용해 “아직 몇몇 결점을 갖는 OLED 화면을 승자로 부르기에는 이르다”라며 “OLED가 최선의 디스플레이 솔루션은 아닐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변화를 추구하는 시장과 변화를 일으키려는 공격적인 경영자의 도전에 우리 기업들이 슬기롭게 대응하기를 기대한다.

/신경립기자 kls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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