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기업 구조조정 대상 선정작업을 앞두고 채권은행들에 “옥석을 엄중하게 가려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살생부’에 올리지 않을 기업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회생을 지원하라고 당부했다.
진 원장은 7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4대 시중은행 기업 구조조정 담당 부행장과 현재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기업 대표 23명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고 “대내외 경제 여건이 여전히 녹록지 않다”며 “기업의 부실화 가능성에 대해 선제적으로 엄정하게 평가해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주 대기업집단을 대상으로 한 주채무계열 선정을 시작으로 기업 구조조정 ‘집도’에 나서기에 앞서 금융당국의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진 원장은 특히 회생시키기로 결정한 기업에 대해 채권은행들이 몸 사리기 식으로 접근하는 행태에 경종을 울렸다. 진 원장은 “정상화가 가능한 기업에 대해 지원을 미루는 사이 기업은 기회를 놓치거나 구조조정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면서 “채권은행들은 회생 가능한 기업에 대해서는 과감하고 신속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프로 의식을 가지고 과거의 관행과 업무처리 절차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면서 “구조조정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례적으로 워크아웃을 진행 중인 기업들도 참가했다. 진 원장은 “정상화 의지도 없고 살아나려는 노력도 없는 기업에는 어떠한 지원을 해도 의미가 없다”면서 “기업 구조조정이 기업의 경쟁력을 복구해 회생시키는 것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채권은행과 합심해 자구노력에 전념해달라”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 대표들은 “채권은행이 정상영업 중인 계열사나 해외 종속법인 등 관계사에도 자금회수를 압박해 구조조정에 차질이 있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대해 은행 구조조정 담당 부행장들은 “기업들의 건의 사항을 세밀하게 검토해 앞으로 구조조정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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