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6월 서울중앙지법 A588호 법정. 온라인으로 연결된 검사가 피고의 살인을 주장하자 변호인은 “피고의 옷에 묻은 혈흔의 95.7%는 가해자가 아닌 목격자에게서 발견되는 형태”라고 반박했다. 곧이어 법정 안 3차원(3D) 스크린에는 최근 10년간의 살인사건 기록 3만건의 혈흔 형태를 분석한 도표와 사진이 홀로그램으로 펼쳐졌다.
미래 살인사건 재판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변호사가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 컴퓨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방대한 판례와 사건기록을 단 몇 초 만에 분석해 제시하는 것은 인간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어서 컴퓨터가 변호사를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로 지능형 법률 정보 시스템 ‘아이리스(i-LIS)’를 개발하고 있는 임영익(46·사법연수원41기·사진) 인텔리콘 대표변호사는 “인간과 대화하는 로봇 변호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아이리스는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융합한 법률 정보 시스템”이라고 소개했다. 최근 산업계 화두로 떠오른 AI가 미래 법률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는 게 임 변호사의 생각. 자체 알고리즘을 이용해 방대한 판례와 사건기록 등을 담당 사건에 맞게 분석하고 대응하는 AI 변호사가 상용화되면 한층 더 질 높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임 변호사는 “길을 찾아가는 데 필수적인 내비게이션과 마찬가지로 아이리스는 엄청난 양의 법률 정보에서 필요한 것을 효율적으로 찾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법률 내비게이션 아이리스가 현재는 인간을 돕는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법률 서비스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기술 발전으로 예측과 분석 수준을 뛰어넘으면 인간을 직접 대면하는 변호사 업무를 대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임 변호사는 “AI가 인간의 복합적 사고와 논리적 판단을 일시에 대체하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산업혁명 과정에서 기계를 대하는 인간의 생각이 바뀌었듯이 AI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변하면서 서서히 로봇이 인간의 영역을 침범할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글로벌 기업들이 AI의 순기능에 초점을 맞춰 물량 공세를 펼치는 점에 주목했다. 구글이 알파고를 만든 영국 기업을 인수해 세기의 대국을 기획하거나 미국 톰슨로이터(금융정보서비스·통신사)가 한국의 빅데이터 정보업체 로앤비법률정보서비스를 인수한 것은 AI 시장에 대한 선제적 투자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인텔리콘은 아이리스의 논리 매트릭스를 시각화해 보여주는 시스템 구축과 정보에 대한 인지 부조화 오류를 줄이는 최종 작업을 거쳐 올해 안에 AI를 활용한 법률 정보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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