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한 고대 인류인 네안데르탈인의 남성은 현생 인류 여성과 사랑을 했지만 아들을 출산하지 못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인간유전학저널(American Journal of Human Genetics)은 8일(현지시각)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이 네안데르탈인의 Y염색체를 분석해 현생 인류 여자와 아들을 낳을 수 없게 만드는 치명적인 돌연변이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네안데르탈인은 59만년 전에 나타난 고대 인류로 3만년 전에 갑자기 사라졌다. 하지만 5만~10만년 전 현생 인류와 교배해 유럽과 아시아 계통 사람들의 유전자 일부가 네안데르탈인에서 왔다고 알려진 만큼 우리와는 친척같이 가까운 존재다.
연구팀은 4만9,000년 전 스페인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 남성의 남은 뼈에서 보존 상태가 좋은 Y염색체를 얻었고 여기 있는 유전자를 현재 남성의 Y염색체 유전자와 비교했다. 연구 결과 네안데르탈인의 Y염색체에서 면역과 관련된 여러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중에는 ‘KDM5D’라는 유전자가 있는데, 이 유전자는 현생 인류에서는 면역반응의 세기를 조절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유전자는 임신했을 때 엄마의 면역세포가 태아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엄마의 면역반응을 낮춘다. 그런데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 남자 아기는 태아 상태일 때 엄마의 면역 반응을 낮추지 못해 면역세포의 공격을 받게 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네안데르탈인 남자와 현생 인류 여성이 만나 아들을 임신하면 쉽게 유산했고, 이로 인해 아들을 낳기 어려웠다고 보고 있다. 한편 사람의 DNA 중 2~4%가 네안데르탈인에서 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Y염색체에서 네안데르탈인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던 만큼 이번 연구 결과로 그 원인을 추정할 수 있게 됐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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