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 직접투자금액(FDI)은 209억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였다. 하지만 이 같은 투자 유입 규모는 해외로 나간 투자액 402억달러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지난해 FDI가 처음 200억달러를 넘어선 일은 우리 경제에 분명 호재다.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국내 기업들의 투자가 얼어붙은 시점에서 외국 자본이 국내에 투자되면 고용창출은 물론 내수활성화에도 기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높은 기술과 경영기법을 가진 외투기업이 국내에 생기면 경쟁을 촉발해 국내 산업 체질개선에도 일조할 수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 투자는 고용 창출과 새로운 자극을 동반하기 때문에 국내 경기가 위축될 때일수록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에 투자된 FDI의 면면을 보면 상황을 긍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 우리 국내총생산(GDP·2010~2014년) 대비 FDI 금액 비중은 12.7%다. 세계 평균(31.3%)은 물론 신흥국(32.2%)과 선진국(29.8%)에도 한참 못 미칠 만큼 경제 규모에 비해 적은 금액이다. 특히 국내에 생산시설을 투자해 고용을 늘리는 그린필드형 투자 비중이 급감하는 점은 더 우려스럽다. 지난 2011년 전체 FDI 가운데 85.6%를 차지했던 그린필드형 투자는 지난해 67.5%까지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인수합병(M&A)형 투자는 14.4%에서 32.5%로 증가했다. 이는 기업들이 국내 내수시장을 노린 생산시설 투자보다는 문화·게임·콘텐츠 업체 등 서비스업종에 대한 지분투자를 늘린 탓이다. M&A형 투자 역시 국내 기업의 고용을 유지하고 기업 체질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다만 그에 못지않게 국내에서 얻은 수익을 재투자하지 않고 해외로 가져가는 투자도 많다. 정진섭 충북대 국제경영학과 교수는 “그린필드형과 M&A형 투자가 함께 늘어나면 긍정적이지만 M&A형 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그린필드형 투자 비중을 줄이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M&A형 투자가 그린필드형에 비해 일자리 창출과 국내 재투자 효과가 작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해외로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현지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밸류체인(VC)을 형성하는 추세다. ‘국내 대기업 해외 진출→수출 증가’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느슨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국내 산업에 활력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의 해외 투자를 국내로 돌리는 동시에 해외 투자금을 국내로 유입하기 위한 파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나라의 FDI 규제지수(2014년 0.135)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068)보다 두 배에 달할 만큼 기업들의 체감 규제가 높다.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수도권 투자 규제와 국내 기업 역차별 문제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외국 기업과 국내 기업의 공동 투자를 할 길을 넓혀야 한다고 설명한다. 현재 수도권은 규제에 막혀 산업단지가 아닌 곳은 외국 기업과 국내 기업의 합작 투자가 불가능하다. 합작 투자를 하더라도 국내 기업은 외국계 기업처럼 법인·소득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양금승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표적인 외투 단지인 인천 경제자유구역에는 산업단지가 없어 합작 투자를 통한 공장설립 자체가 안 된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투자를 두고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을 차별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정진섭 교수는 “일괄적으로 수도권에 못 들어오게 규제해서는 성공한 합작 투자인 ‘LG-오티스 엘리베이터’ 같은 모델을 만들 수 없다”면서 “규제를 개선한다고 하지만 경쟁국보다 속도는 느리고 실효성은 떨어진다”고 말했다.
/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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