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폭탄 투하를 승인한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외손자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일본을 방문할 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아직 미국 현직 대통령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방문한 적은 없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트루먼 전 대통령의 외동딸인 마거릿 트루먼의 장남 클리프턴 트루먼 대니얼(58)은 12일(현지시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두 도시를 찾아 희생자를 추모하고 생존자들의 증언을 듣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트루먼 전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막바지 일제를 항복시키려 지난 1945년 8월 6일과 9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을 투하하도록 승인한 바 있다. 트루먼 전 대통령은 그러나 이후 원폭 피해 참상에 큰 충격을 받고 한국전쟁에는 원폭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대니얼이 지난해 6월 연합뉴스·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달 26∼27일 일본 미에현 이세시마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할 때 일정 시간을 할애해 히로시마를 방문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에 앞서 존 케리 국무장관은 11일(도쿄시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찾아 원폭 피해자 위령비에 헌화한 뒤 기자들에게 “모두가 히로시마를 방문해야 한다”며 “나는 언제인가 미국 대통령이 모두의 한 명이기를 희망한다”고 말해 사실상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촉구했다.
대니얼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들 도시를 방문한다면 핵전쟁이 얼마나 참혹한 것인가를 깨닫고 다시는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할아버지인 트루먼 전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 결정에 대해 “나는 그것을 옳다, 그르다 하는 식으로 보려고 하지 않는다”며 “전쟁에는 좋은 결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할아버지는 핵무기의 파괴력에 공포를 느꼈으며 남은 재임 기간에 다시는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실히 했다”며 “아버지가 방사능 누출에 따라 백혈병으로 숨진 어느 일본 소녀에 대한 책을 학교에서 가져와 할아버지에게 보여준 후부터 할아버지의 시각은 바뀌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대니얼은 2012년 8월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방문해 꽃을 바치고 기도한 바 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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