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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자율협약 신청]131% 자구이행 불구 백약 무효..."더큰 수렁 빠지기전 결단"

운임 폭락·용선료 부담에 손실 눈덩이

그룹전체 발목 잡힌 현대상선 사례도 영향

업계 "골든타임 놓쳐"...정부 대응 빨라질듯





현대상선에 이어 한진해운까지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의 길을 걷게 되자 해운 업계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글로벌 경기 악화로 물동량 증가세가 둔화됐음에도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속속 건조되며 운임 하락은 진작부터 예고됐다. 해운 업계는 불황과 호황을 오가는 경기 사이클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대하며 고통을 감내하고 알짜 자산까지 내다 팔면서 봄날을 기다렸지만 기대하는 순간은 지금껏 찾아오지 않았고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진해운은 지난 2013년 12월 1조9,745억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벌크전용선 사업을 매각하고 터미널을 유동화했으며 유상증자와 영구교환사채를 발행했다.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에 1조원 가까운 자금을 쏟아부었으며 올 2월에도 2,2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인수하며 마지막까지 경영 정상화에 전력을 다했다. 한진해운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한진해운이 자구노력을 통해 마련한 자금은 2조5,812억원에 이른다. 3년 전 내건 목표치의 131%에 이른다.

한진해운이 대표적인 알짜 자산으로 꼽히는 벌크전용선 부문까지 눈물을 머금고 팔아가며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펼쳤음에도 결국 자율협약의 길을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운임 폭락 때문이다.

상하이에서 유럽으로 가는 컨테이너 운임의 경우 2012년 TEU(6m 컨테이너)당 평균 1,379달러였지만 2015년에는 반토막인 620달러로 추락했고 최근에는 300달러도 좀처럼 넘기 힘들다. 국내 선사들이 주력으로 하는 미주 노선 역시 바닥을 기는 것은 마찬가지다.

고용선료(선박임대료)에도 발목을 잡혔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용선료로 9,288억원을 냈다. 선박은 통상 10년 이상 장기임대가 대부분인데 지금보다 운임이 5~10배 높던 호황기에 빌린 배들에 대해 당시 가격의 용선료를 내다 보니 요즘처럼 운임이 바닥을 길 때는 아무리 영업을 해도 손해가 커졌다.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을 살리려다 깊은 수렁에 빠진 것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해운을 포기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그룹 역시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2013년 말 자구계획을 발표하고 현대로지스틱스와 현대증권 등 알짜 계열사를 줄줄이 매각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현대상선은 자율협약을 개시하면서 채권단 휘하에 들어갔고 현대그룹 손에는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아산 정도만 남았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 2013년 말에 현대상선을 포기하고 나머지 계열사들로 그룹을 꾸렸다면 탄탄한 수익구조를 지닌 그룹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현대상선을 살리느라 그룹의 위상이 크게 추락했다.

조양호 회장으로서는 한진해운의 경영을 정상화시키려다 대한항공과 한진그룹 전체가 발목을 잡히는 상황을 두고 볼 수는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두 회사 모두 채권단 관리에 놓이면서 큰 틀에서 해운업 구조조정을 추진해온 정부의 대응도 빨라질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최근 세계 해운 얼라이언스(동맹) 개편이 빠르게 이뤄지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속했던 얼라이언스 위상이 크게 낮아져 두 회사의 합병 가능성도 높아졌다. 그동안 양대 해운사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가장 강력한 근거는 두 회사가 각각 다른 얼라이언스에 포함돼 합치더라도 시너지가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진해운의 경우 CKYHE 얼라이언스의 주축이던 중국 코스코와 대만의 에버그린이 빠져나가면서 동맹체의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한쪽 얼라이언스가 붕괴된 이상 양쪽 얼라이언스를 유지하기 위해 두 회사 모두 살려야 한다는 논리는 크게 빈약해졌다.

해운 업계는 정부의 구조조정이 보다 빨리 이뤄졌어야 한다고 탄식한다. 해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세계 해운 업계 파워게임이 상당 부분 끝났기 때문에 양대 선사가 정부지원으로 경영이 정상화돼도 지위는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2013년부터 파격적인 지원에 나섰다면 지금같이 두 회사 모두 몰락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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