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4일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 “더 이상 만나서 얘기를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권 문제에 대한 두 사람의 의견 충돌이 본격 표면화한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대표는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일부 언론에 얘기한 내용은) 전부 다 헛소리다. (당권 문제에 대해서는) 이제 흥미를 잃어버렸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22일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는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가졌다. 그런데 당시 저녁 자리에서 오가지 않았던 대화 내용이 사실로 둔갑해 다음날 일부 언론에서 보도됐다고 양측 모두 주장하고 나섰다. 그리고 김종인 대표는 이 같은 언론 보도의 배후에 문재인 전 대표 측이 있다고 보고 이날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다. 총선 승리를 자축하기 위해 만든 자리가 오히려 오해를 불러일으킨 셈이다.
차기 당 대표를 ‘합의추대’ 형식으로 결정하는 방안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양측이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뤘다고 한다. 박영선·송영길·김진표 등 다수의 당선자가 당 대표 출마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밝힌 만큼 경선을 통한 선출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전 대표 측은 22일 회동에서 문 전 대표가 김종인 대표에게 “당 대표를 하면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내년 대선 때까지 경제민주화의 스피커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문재인 전 대표가 김종인 대표에게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 대회에 불출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전달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김종인 대표 측은 “문재인 전 대표가 김종인 대표에게 ‘경선에 나가라’고 권유했는데 김종인 대표가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며 정반대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김종인 대표 측 관계자는 “그동안 당권 문제에 대한 언급을 삼가던 문 전 대표가 갑자기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선 의중을 이해하기 힘들다”며 “김 대표가 ‘스피커’ 역할을 해달라는 문 전 대표의 제안을 수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의 신경전이 장기화할 경우 김진표 당선자 등이 주장하는 전당대회 연기론(論)이 힘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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