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부터 서늘한 가을까지, 계절의 변화 속에 고궁을 거닐며 우리 음악에 젖어보는 것은 어떨까.
경복궁과 창덕궁·덕수궁·창경궁 등 서울 4대 궁과 종묘에서 국악과 역사·문학을 한 데 버무린 상설공연 ‘고궁에서 우리 음악 듣기’가 5월 14일부터 10월 16일까지 진행된다. 궁마다 정조·인문학·가족 등 특화된 주제를 잡아 관객에게 ‘골라서 감상하는 재미’를 선사할 계획이다.
손혜리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사장은 26일 서울 창덕궁 후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2009년 이후 올해 8회째를 맞이하는 고궁에서 우리 음악 듣기 상설공연이 누적 관객 34만 명을 기록하며 대표 궁 체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며 “올해도 궁중음악·풍류음악·민속음악·창작국악·종묘제례악 등 전통 음악은 물론 연극과 문학, 역사 등 다양한 장르와의 결합을 통해 고궁의 품격과 전통예술의 깊이를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경복궁은 야경 관람객을 겨냥해 조선의 22대 왕 ‘정조’ 이야기로 궁중음악을 풀어나간다. 아들을 죽인 아버지 영조와 죽은 아버지의 굴레에서 벗어나 위대한 꿈을 꾸는 정조 이야기가 수제천, 염양춘, 학연화대처용무합설과 같은 궁중음악과 춤으로 그려진다. 특히 야경 정취에 어울리도록 관련 영상을 투사하는 ‘프로젝션 맵핑’을 활용해 시각적 효과를 강조할 계획이다. 5월 18~22일, 9월 28일~10월 2일 매일 오후 8시.
창덕궁에서는 인문학 마니아를 위한 음악회가 펼쳐진다. 올해는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아 ‘햄릿, 정조와 함께 걷다’라는 주제로 해설 프로그램이 함께한다. 죽은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해야 했던 두 남자의 닮은 듯 다른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역사체험 IF(만약)’는 좀 더 적극적인 관객 참여형 공연이다. 관객은 사도세자의 부인 혜경궁 홍씨가 처한 역사적 상황을 사전에 학습·이해하고 입궁한다. 아들을 뒤주에 가두려는 영조와 사도세자에 대한 짧은 연극을 감상한 관객에게 호위무사들은 영조냐 사도세자냐 선택을 요구하고, 각자의 선택에 따라 다른 공연을 보게 된다. 5월 15일~6월 12일, 9월 4일~10월 9일 매주 일요일 오전 9시·11시.
이 밖에 덕수궁에서는 가족 관객을 겨냥해 동화책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창작 국악을 선보이고(6월 10~19일, 9월 9~18일 매주 금토일 오후 7시30분), 창경궁에서는 통명전과 명정전에서 전통음악을 듣는 ‘우리 음악 깊이 듣고 길게 듣기’(8월 6~27일 매주 토요일 오전 7시30분, 10월 11~16일 매일 오후 8시), 종묘에서는 종묘의 주요 전각을 다니며 배우들의 연극으로 세종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이야기가 있는 종묘제례악’(5월 14일~6월 11일, 9월 17일~10월 15일 매주 토요일 오전 9시)을 만날 수 있다. 문의 (02)580-3275
/글·사진=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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