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구조조정 지원을 위해 산업은행 등과 같은 국책은행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고 밝힘에 따라 정부가 한국은행이 산업은행에 출자할 수 있도록 산업은행법 개정에 나선다.
박근혜 대통령은 2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구조조정을 집도하는 국책은행의 지원여력을 선제적으로 확충해 놓을 필요가 있다”며 “무차별 양적완화가 아닌 꼭 필요한 부분에 지원이 이뤄지는 선별적 양적완화 방식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당은 지금까지 한은법 개정을 통해 한은이 산업은행채권(산금채)와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하는 주택저당증권(MBS)을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필요한 분야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한국형 양적완화’ 도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한은법 개정은 다수당이 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이 반대하고 있고 한은의 독립성 훼손 논란에 휩싸일 수 있어 상대적으로 논란이 적은 산은법 개정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야당이 양적완화 도입을 위한 한은법 개정에 반대하는 상황이어서 정부가 다른 방안으로 산은법 개정을 통해 한은이 산은에 자본금을 출자하는 길을 터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산은법은 자본금을 30조원 이내에서 정관으로 정하되 정부가 51% 이상을 출자하도록 하고 있다. 출자대상이 정부 외에 명확하게 명시돼 있지 않다 보니 한은이 직접 출자하는 길도 막혀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산은법 개정을 통해 산은 출자대상에 한은을 새로 포함시키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정부가 51%이상을 출자한다는 규정은 그대로 두고, 출자대상에 ‘정부 또는 한국은행이 출자할 수 있다’고 추가하는 것이다. 실제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의 경우 수은법에 한은 출자를 명시해 놓고 있고, 실제 출자한 전례도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한은법 개정에 나설 때 보다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이라는 직접적인 논란에서 한발 비켜설 수 있다. 다만 한은의 산은 출자를 위해 한은법이 아닌 산은법이라는 타 법령에 규정할 수 있느냐는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한은에 대한 출자 근거가 산은법과 한은법 어디에도 명시돼 있지 않아 어디라도 명시하는 게 필요하지만, 수은의 전례만 들어 한은법이 아닌 산은법을 개정하게 되면 새로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산은법은 국회 정무위 소관이고, 한은법은 기획재정위 소관이어서 상임위 소관만 다를 뿐이지,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야당의 반발이 거셀 경우 둘다 통과가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정부가 산은법 개정을 하더라도 현재 정관대로 산은의 자본금을 30조원 이내로 하게 되면 추가 확충 여력이 5조원 정도에 불과해 수십조원에 달하는 구조조정 재원마련에는 턱없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홍길·맹준호기자 wha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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