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유치 문제로 여당에 비상이 걸렸다. 총선·대선에서 여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줬던 여권의 전통 텃밭인 대구·경북(TK)과 부산이 갈릴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TK는 경남 밀양에, 부산은 가덕도에 신공항을 유치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기반이 TK라는 점을 고려할 때 신공항이 밀양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자 부산 내 민심은 ‘민란’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되면 여권은 자칫 내년 대선에서 부산 지역의 300만표를 잃을 수 있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김도읍·김세연·조경태 의원 등 새누리당 부산 지역 의원들과 김해공항가덕이전시민추진단은 1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찾았다. 신공항을 둘러싼 부산 지역의 민심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정 원내대표는 면담 내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달 말 정부의 입지 결정 발표가 나올 때까지) 함구하겠다”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면담 자리에서도 “용역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진행될 수 있게 하겠다”는 발언 외에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을 지지하는 것으로 비칠 경우 TK 내 여론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부산시당위원장인 김세연 의원은 “지역이기주의로 비치지 않도록 공개 활동은 자제하고 있지만 공정성과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을 할 수밖에 없다”며 집단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필요할 경우 부산지역 야당 의원들과 공조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권에서는 신공항 발표를 이미 한 차례 미룬 만큼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더욱이 내년 대선에 악영향을 줄까 께름칙하다. 이명박 정부는 2011년 신공항 부지를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TK와 부산 간 갈등이 심화하자 백지화를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텃밭 민심을 달래기 위해 동남권 신공항 건설 재추진을 약속했다. 부산 지역 여당 의원들은 혹여 민심이반으로 번질까봐 이달 말 정부 발표를 앞두고 치열한 물밑 작업을 벌여왔다. 부산에 지역구를 둔 한 새누리당 중진 의원은 “(신공항이) 만약 밀양으로 가면 부산 표 이탈이 심각하게 일어난다”며 “내년 정권 재창출이 물 건너갈 판”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들이 부산에 연고를 두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이다.
여당과 달리 야당은 신공항 입지가 밀양으로 선정될 경우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까 기대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부산·경남(PK) 내 ‘낙동강 벨트’에서 선전하며 가능성을 봤듯 여권으로부터 이탈한 민심을 끌어안을 기회로 삼겠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부산 민심 흔들기에 총력을 벌이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총선 이후 부산을 찾아 가덕도 유치를 주장했고 우상호 원내대표는 시민추진단과 면담하며 빈틈을 공략했다. 부산 지역 더민주 의원 5명은 ‘가덕 신공항 유치 비상대책본부’를 발족하며 정치 쟁점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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