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나 오는 6일부터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양국 간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될 경우 국내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북한에 대한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 지정과 관련된 질문에 “우리는 어떤 국가가 자국의 국내법에 근거해 다른 국가에 제재를 가하는 것을 일관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또 “긴장을 격화시킬 수 있는 어떤 행동에도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화 대변인은 “현재의 상황에서 우리는 각국이 전면적이고 완전하게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집행하고 이를 통해 조선(북한)이 핵 미사일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을 제한하거나 저지해야 한다고 여긴다”며 “동시에 각국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북한을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한 시기가 묘하게 리수용 북한 노동당 정무국 부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면담 당일이라는 점에서 중국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이에 중국이 다시 정면으로 반발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이번 G2의 갈등이 노출되면서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복원을 모색하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대열을 흔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1일(현지시간)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공식 지정한 것은 지난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를 ‘자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한 데서 진일보한 조치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북한은 당장 정권의 비자금이 막히고 정권의 안위도 걱정해야 할 위기상황이었다.
북한 자체를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함에 따라 북한이 미국 금융기관과의 거래가 불가능해지는 직접적 효과 외에 제3국 금융기관들도 북한과의 금융거래를 중단하게 되는 간접효과까지 낼 수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실상 북한의 국제금융망 접근을 봉쇄하게 되는 셈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이번 조치와 관련,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안보리 결의 2270호의 충실한 이행과 더불어 강력한 독자적 대북제재를 계속 부과해나가겠다는 미국의 단호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면서 “정부는 이를 높이 평가한다”고 환영했다.
북한에 대한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 지정을 둘러싼 G2의 마찰은 6일부터 열리는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앞두고 북핵 문제를 비롯한 양국 간 각종 현안에 대해 기선을 잡겠다는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미국은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필리핀·베트남과 잇따라 손잡고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미 해군이 필리핀군과 남중국해에서 합동 해상훈련을 실시하는가 하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베트남을 방문하고 40년 만에 무기 수출을 허용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남중국해 지역의 방공식별구역(ADIZ) 선포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일부터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2016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도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국방장관들 간에 설전(舌戰)이 예고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중국에 대화의 손길을 뻗치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에 균열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입장에서도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미국·일본과 날카롭게 대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북 압박을 강조하는 한미일과 전적으로 보조를 맞추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미일은 1일에도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도쿄에서 모여 ‘대화보다는 대북 압박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유도할 때’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중국정책연구소장)는 “중국은 대북제재 국면에서 제재와 함께 ‘협상 회유’가 맞물려 돌아가는 국면으로 전환하려 한다”면서 “변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제재를 중심으로 북한을 끌어내려는 우리 정부 입장에는 상당히 도전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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