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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글로벌산업전쟁 새그림 필요하다] 통상·구조조정·특허·4차산업혁명 동시다발 "사활건 치킨게임"

<1> 총성울린 경제대전

조선·해운 등 구조조정 끝나면 승자독식 가능성

美 대선 앞두고 보호주의 부활...무역마찰 예고

기술 다툼도 저성장 등으로 갈수록 격화 불보듯

"산업전쟁 패하면 글로벌 시장 낙오 불가피할 것"





5일(현지시간) 기자가 찾은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바이오뿐 아니라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컨퍼런스로 분주했다.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큰 드론 컨퍼런스인 ‘드론스 데이터 엑스(Drones Data X)’가 개최된 데 이어 데이터 과학과 엔지니어링을 다루는 ‘스파크 서밋 2016’이 6일부터 오는 8일까지 열린다. 구글과 바이두·아마존·데이터브릭스의 임직원이 참여하는 나름 내실 있는 행사다. 6일 개막하는 ‘바이오인터내셔널’까지 더하면 신사업 관련 컨퍼런스가 줄줄이 열리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도심에서는 호텔의 빈방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바이오인터내셔널 측 관계자는 “주요 컨퍼런스가 비슷한 시기에 3개가량 열린다”며 “실리콘밸리와 바이오클러스터를 갖춘 샌프란시스코는 미래산업의 중심지”라고 전했다.

샌프란시스코는 미래 글로벌 시장의 각축전이 얼마나 치열하게 전개될지 보여주는 ‘작은 바로미터’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시장에 국가와 다국적 기업들이 벌이는 ‘신(新)산업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전통 제조업을 놓고는 한정된 시장을 빼앗기 위한 통상전쟁이 벌어지고 미래산업을 놓고는 신기술을 확보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작업이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전개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글로벌 경제가 처한 지금의 상황에서 확연하게 증명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4월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각각 3.2%, 3.5%로 내려 잡았다. 올 초보다 0.2%포인트, 0.1%포인트 각각 낮춘 것이다. 금융불안이 커지고 자산가격이 하락해 세계 경제회복세가 약화되기 때문이라는 게 IMF의 설명이다.

이 같은 경기침체는 국가 간 산업전쟁을 촉발한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침체는 길어지고 있고 올해 6.5%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중국은 내년에는 6.2%의 성장이 예상된다. 7~8% 이상 고성장을 하던 시대는 막을 내렸다.

상황은 이런데 공급은 과잉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철강과 건설·자동차·조선 등 30개 분야가 공급 과잉이다. 중국은 올해와 내년 철강과 석탄업종 국유기업 설비를 10% 줄이기로 했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평가가 많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금리를 내리고 양적완화를 하면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시기마저 놓쳤다.

이런 미스매치는 무역전쟁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당장은 남는 물건을 파는 것이 문제지만 더 크게 보면 과거 반도체 시장에서 나타난 치킨게임(한쪽이 물러날 때까지 출혈경쟁을 하는 것)을 벌일 수밖에 없는 탓이다. 이미 조선과 철강·석유화학·해운은 치킨게임에 돌입했다. 게임의 패자는 ‘설비나 생산 감축→일자리 감소→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고 살아남는 곳은 승자 독식을 하게 돼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세계 1위인 삼성전자의 지난해 4·4분기 D램 영업이익률은 무려 40%로 추정된다. 치킨게임의 승자에게 돌아가는 몫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성장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정된 시장을 두고 글로벌 업체들이 격돌하고 각국 정부까지 나서면서 통상마찰이 발생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치킨게임에서 이기기 위한 각국 정부의 정책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각국 정부는 자국 산업 보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통적으로 대선을 앞둔 미국은 보호무역 색채가 강해지지만 미국 공화당 예비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에서 보듯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정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국을 비롯해 우리나라와 일본·독일·대만 같은 주요 수출국의 통상정책과 환율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을 가능성도 높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반도체에 사실상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고 배터리 분야에서도 자국 업체에 대한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이 신소재를 비롯해 10대 산업 육성을 국가 시책으로 내건 상황에서 다른 나라와의 마찰은 계속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글로벌 산업전쟁의 수위와 범위가 더 높아지고 넓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의 산업전쟁이 과거와 뚜렷하게 다른 부분도 여기에 있다.

실제 애플과 삼성의 특허소송이나 화웨이의 지난달 삼성 소송에서 보듯 특허나 기술표준을 무기로 다투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배상액만 조 단위를 넘나들기 때문에 단순 소송 그 이상이다. 산업이 융합되고 인공지능(AI)과 바이오를 핵심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면서 산업구조도 새 틀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다. 글로벌 산업지도 자체가 새로 그려지는 상황이어서 기업 간, 그리고 국가 간 주도권 쟁탈전은 더 심해질 것이라는 말이다. 지금은 통상과 구조조정, 기술전쟁, 4차 산업혁명이라는 네 가지 이슈가 맞물려 있어 이를 통합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4대 그룹의 한 전략담당 사장은 “현 상황은 통상 문제와 구조조정, 특허나 기술전쟁에 4차 산업혁명까지 한 번에 대응해야 한다”며 “정부가 제대로 된 방향을 잡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경쟁력은 급속도로 추락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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