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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앤]좋은 물·첨단 양조설비...세계로 가는 '우리의 술' 무르익다

<국순당 '백세주' 횡성공장 가보니>

천연 암반수에 한약재 넣은 누룩으로 빚어

세척·병입·포장 자동화...위생사고 원천 차단

용수·술 찌꺼기까지 재활용 '친환경 공장'

국제행사 어울림주 선정·유커들 입맛 잡아

글로벌시장 공략 박차...수출비중 50% 목표

국순당 횡성공장 입구./사진제공=국순당




“예로부터 술은 물맛이라고 했는데 강원도 횡성은 우리나라 수원지 중에서도 최상의 수질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좋은 물과 첨단 양조설비가 더해진 횡성공장은 백세주 제조의 최적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오후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영동고속도로 둔내나들목을 빠져나와 5분여를 더 달리자 국순당(043650) 횡성공장인 ‘주향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공장 입구로 향하는 진입로에는 전통주를 실은 화물차량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들었다. 겉모습에서는 여느 공장과 다름이 없었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시큼한 누룩 냄새가 코끝을 찌르며 전통주 명가에 다가서고 있음을 십분 확인하게 했다.

주향로는 국순당의 주력 제품인 약주 ‘백세주’를 비롯해 생막걸리 ‘대박’ ‘우국생’ 등 약 60여 종의 전통주를 생산한다. 원래 경기도 화성에 있던 공장을 지난 2004년 이전하면서 첨단 양조설비를 새롭게 도입해 국순당의 전진기지가 됐다. 허준원 품질보증팀장은 “횡성에는 술잔을 대면 술이 샘물처럼 솟아나왔다는 전설의 강인 주천강(酒泉江)이 있어 주류공장이 위치하기에 안성맞춤”이라며 “수질뿐 아니라 수량도 풍부해 이곳에서 생산하는 모든 술은 수돗물이 아닌 천연 암반수로 빚고 있다”고 말했다.

국순당 횡성공장의 백세주 발효탱크./사진제공=국순당


본관 입구에 들어서자 건물 2층 높이의 거대한 백세주 발효탱크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공장 내부를 가득 채운 발효탱크에서는 마치 장단을 맞추듯 보글거리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렸다. 누룩과 쌀이 만나 발효되는 과정에서 나는 소리라는 게 허 팀장의 설명이다.

전통주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백세주이지만 제조공정은 첨단 자동화 설비를 통해 이뤄진다. 먼저 국순당이 자체 개발한 양조용 쌀 설갱미에 누룩과 12가지 한약재를 넣고 7일 동안 발효과정을 거친다. 이후 섭씨 5도에서 96시간을 숙성한 뒤 알코올 도수를 균일하게 맞추는 제성과정까지 마치면 백세주가 완성된다.

횡성공장 직원이 생산이 완료된 백세주를 검사하고 있다./사진제공=국순당


횡성공장은 규모 면에서도 국내 전통주 제조공장 중 최대를 자랑한다. 하루 8시간씩 백세주 생산설비를 가동하면 매일 40만 병(375㎖ 제품 기준)을 생산할 수 있고 최대 77만리터를 동시에 발효할 수 있다. 설갱미 대신 멥쌀을 사용하면 백세주 생산 라인에서 바로 막걸리를 제조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세척·병입·포장에 이르는 백세주 제조의 최종 공정도 자동화 설비를 도입해 위생사고가 발생할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박민서 마케팅본부 1팀장은 “백세주의 주원료인 설갱미는 전량 계약재배로 공급받아 지역 농가와 상생경영을 실천하고 있다”며 “국순당 전체 임직원 330여 명 중 100여 명이 횡성공장에 근무하기에 지역사회 일자리 창출에도 이바지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환경과 자연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친환경 공장이라는 점도 횡성공장의 특징이다. 주류공장의 핵심인 용수 관리를 위해 공정 별로 수량계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감독할 수 있고 양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주박(술 찌꺼기)도 전량을 인근 축산농가에 사료로 공급하고 있다. 공장 외부에는 생태연못을 조성해 정화된 용수의 수질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최첨단 자동화설비를 갖춘 백세주 생산라인./사진제공=국순당


이 같은 첨단 환경설비를 통해 국순당 횡성공장은 용수와 폐기물의 재활용률을 각각 13.7%와 98.8%로 끌어올렸다. 지난 2014년에는 전통주 업계 최초로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았고 환경부가 주관하는 녹색기업 인증도 3차례나 획득했다.

하지만 국순당 횡성공장은 최근 고민이 늘고 있다. 지난 1992년 출시 이후 전통주 열풍을 이끌었던 백세주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매출이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백세주는 전성기였던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단일 제품으로 연 매출 1,000억 원대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매출은 100억 원대에 그쳤다. 경기침체로 가격이 저렴한 소주로 눈을 돌리는 중장년층이 늘었고, 젊은 세대는 전통주 대신 맥주를 선호하게 됐다. 백세주 매출이 줄어들면서 지난해 국순당은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백세주는 ‘국민 약주’라는 예전의 위상을 되찾아가고 있다. 올해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백세주는 ‘한국의 밤’ 행사의 어울림 주로 선정됐고 3월에는 국내 주류 제품 중 최초로 문화체육관광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하는 ‘우수문화상품’에 뽑혔다. 지난달 한국을 찾은 중국 중마이그룹 임직원 8,000여명은 한강에서 삼계탕 파티를 하며 주류로 백세주를 선택해 화제를 모았다. 인삼을 비롯해 12가지 한약재가 들어간 백세주에 이들은 일제히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한국에서 백세주를 접한 중국 관광객들이 입소문을 내면서 중국 내 백세주 매출도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24년 넘게 전통주라는 한우물을 파온 국순당의 노력이 뒤늦게 전 세계인들 사이에서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정화된 용수의 수질을 보여주는 생태연못./사진제공=국순당


국순당은 올해를 기점으로 백세주의 해외 마케팅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국·일본·미국 등 현재 30개국인 수출국을 더욱 늘리고 전체 매출의 10% 수준인 수출 비중도 장기적으로 50% 이상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K푸드 열풍과 연계해 국내 식품 기업과 공동 마케팅을 펼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최영환 국순당 생산본부장은 “백세주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주를 선보이겠다는 일념 아래 전통과 과학이 결집해 탄생한 우리 고유의 술”이라며 “철저한 품질관리와 주류시장의 트렌드를 반영한 품질개선으로 세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횡성=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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