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시 도심에 있는 모스콘센터에서 버스로 35분여를 달리면 구릉 사이에 위치한 사우스샌프란시스코의 바이오클러스터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에 들어서면 바이오 산업의 중심지답게 ‘바이오 산업의 출생지(THE BIRTHPLACE OF BIOTECHNOLOGY)’라는 파란색 알림판이 눈에 들어온다. 이름이 바이오클러스터지 바이오 관련 대기업과 벤처가 한데 모인 산업단지다. 언뜻 보면 시골의 잘 꾸며진 대학 캠퍼스 같지만 1조4,000억달러(약 1,664조원) 규모의 글로벌 바이오 산업을 이끄는 전초기지다. 전체 규모만도 202만㎡(61만1,050평), 축구장 280개가 들어갈 수 있는 크기다.
현지에서 만난 마크 애디고 사우스샌프란시스코시장은 “기업과 학교·연구소가 잘 뭉친 것이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라며 “클러스터는 UC SF와 스탠퍼드·UC버클리 같은 학교 중간에 위치했다”고 설명했다.
좋은 학교는 클러스터에 좋은 인재와 적절한 임상시험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성공의 핵심은 기업이며 이 기업은 바로 최초로 인슐린 생산에 성공한 제넨텍이다.
제넨텍은 지난 1976년 사우스샌프란시스코 바이오클러스터에서 시작했다. 출발은 벤처였지만 지금은 클러스터 전체 기업 자산의 30~40%를 차지한다. 이곳 입주기업 212개의 고용인력 2만명 가운데 1만2,000명이 제넨텍에서 일한다. 2009년 다국적기업 로슈로 넘어가기 직전인 2008년 제넨텍은 미국 내 항암제 판매 1위, 순이익 34억달러에 이익률 25.5%를 기록했다. ‘제넨텍의, 제넨텍에 의한’ 곳이 사우스샌프란시스코의 바이오클러스터인 셈이다.
긱 코디가 제넨텍 이사는 “근처에 벤처투자자가 많았던 것도 성공 이유”라며 “제넨텍의 시작도 벤처캐피털리스트 밥 스완슨과 허버트 보이어 교수와의 만남”이라고 소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넨텍처럼 크게 성공한 사례가 나와 사람과 돈이 모여들고 제넨텍을 중심으로 벤처기업이 생기는 게 바이오클러스터가 잘되는 이유”라고 밝혔다. 제넨텍 같은 스타기업이나 대기업을 중심으로 여러 기업이 뭉쳐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정부 차원에서 사우스샌프란시스코 같은 바이오클러스터를 추구하는 송도는 삼성과 셀트리온이 있음에도 제넨텍 같은 ‘빅샷(거물)’이 없다는 게 최고 약점으로 꼽힌다. 대형 다국적 제약사의 생산시설이나 연구개발(R&D) 거점을 유치해야 이를 중심으로 국내 바이오 기업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지에서 만난 한 국내 업체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를 유치해야 국내 바이오 사업을 키울 수 있는데 이들 업체에 지원되는 세제혜택이 싱가포르나 아일랜드에 비해 너무 낮다”며 “오는 2024년이면 바이오 시장이 반도체와 자동차·석유화학 제품의 세계 시장 규모를 합친 것보다 더 커진다고 하는 만큼 세제지원으로 글로벌 업체를 유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인세율만 놓고 보면 아일랜드는 12.5%, 싱가포르는 17.5%인 데 반해 우리는 22%다. 사우스샌프란시스코는 바이오 기업에 별도의 세제혜택을 주지 않지만 우리 같은 후발주자는 기업에 이득이 있어야 이들을 유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우스샌프란시스코=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