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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굴기' 놓고 신경전...中-獨 관계 먹구름 끼나

訪中 메르켈 정부간 협상서

로봇기업 '쿠카' 인수 관련

불공정 투자관행 우려 표명

철강 과잉생산도 논의 예정

中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듯

미중 관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돈독했던 독일과 중국 사이에 난기류가 흐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독일 로봇기업을 인수하려는 중국의 ‘로봇 굴기’ 야심과 철강 과잉공급 문제가 동시에 불거지면서 독일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한발 비켜선 독일은 지금까지 경제협력 이슈를 통해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앞으로 양국관계가 삐걱거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박3일 일정으로 12일 중국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번 ‘4차 중독 정부 간 협상’에서 중국의 철강 과잉생산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SCMP는 또 이번 양국 협상에서 중국의 독일 로봇기업 ‘쿠카’ 인수에 반대하는 독일 내 일부 움직임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SCMP는 최근 독일 정부 당국자가 쿠카의 틸 로이터 대표와 만나 중국 메이디가 아닌 다른 대체 인수자를 고려해볼 것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지난 5월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는 세계 4대 산업용 로봇 업체인 쿠카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인수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메이디가 약 44억유로(5조8,700억원)를 들여 쿠카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지분을 사들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메이디의 쿠카 인수계획에 독일은 물론 유럽연합(EU) 내에서도 기술유출 가능성과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인수합병(M&A)이 시장경쟁 원리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최근 “쿠카가 중국에 넘어가지 않도록 유럽 국가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메이디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무엇보다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는 중국 기업들과의 불공정한 경쟁은 배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귄터 외팅거 EU 집행위원도 “쿠카는 유럽 디지털 산업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유럽 기업이 나서는 것이 더 나은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독일 내에서는 유럽 기업인 ABB나 독일 지멘스 등이 쿠카 인수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면서 “메르켈 총리가 이번 협상에서 쿠카 인수건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할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적어도 독일 기업에 대한 중국의 불공정한 투자관행을 우려하는 메시지는 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협상에서는 철강 과잉공급 문제를 놓고도 팽팽한 논쟁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메르켈 총리는 중국 방문 직전 언론 발표를 통해 “중국의 과잉생산이 EU 회원국에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면서 “중국의 철강 과잉공급 문제를 이번 협상에서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은 중국의 철강 과잉공급과 저가 철강제품 수출로 티센크루프와 잘츠기터 같은 대형 철강사들이 적잖은 타격을 입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SCMP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국은 이미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철강 감산을 언급한 상태지만 이번 독일과의 협상에서 또 한번 (감산을) 약속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중독 정부 간 협상에서는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처럼 독설이 오가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세계무역기구(WTO) 시장경제지위 확보가 최대 현안인 중국으로서는 그동안 우호적 의견을 내놓았던 독일 정부의 지원사격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2001년 WTO에 가입할 때 덤핑조사의 근거가 될 수 있는 ‘비시장경제지위’를 15년간 감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EU 의회는 최근 저가철강 수출을 이유로 중국의 시장경제지위 부여 반대 결의안을 채택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10월 중국 방문 때 원칙적으로 중국의 시장경제지위 부여에 찬성한다면서도 시장개방 확대라는 숙제가 남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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