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부실감사 한 회계법인 대표의 공인회계사 자격을 박탈하거나 직무를 정지하는 제재안이 입법 추진된다. 대우건설(047040) 분식회계, 대우조선해양(042660) 회계절벽(대규모 손실 반영) 등 연달아 발생하고 있는 부실감사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강경 조처다.
금융위원회는 1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전면 개정안을 오는 9월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부실감사 시 회계법인의 대표를 직접 제재하는 내용의 외감법 개정안은 당초 지난 3월 규제개혁위원회에서 과잉 규제라는 이유로 철회 권고를 받았다. 하지만 해운·조선 등 취약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며 회계법인의 부실감사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자 금융당국이 제재안을 다시 상정했고 규개위는 지난 10일 이를 승인했다. 기존에는 부실감사의 책임을 회계법인의 담당 파트너(임원)나 실무 회계사에게만 물어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을 받았다.
외감법 개정안에는 또 기업이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의 선임 권한을 경영진이 아니라 감사위원회(또는 감사)에게 넘기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사외이사와 감사 등으로 구성된 감사위가 회계감독권을 가지면 경영진 및 소유주(오너)와 회계법인이 유착을 방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이 해야 하는 재무제표 작성을 회계법인에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대형 비상장사가 3년 동안 같은 외부감사인을 선임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회계법인 역시 감사시스템을 규정하는 품질관리 기준을 내부에 마련하고 이행 여부를 외부에 공표해야 한다.
유한회사도 외부감사 대상에 들어갔다. 유한회사는 사원이 돈을 낸 만큼만 경영 책임을 지는 형태로 일반적인 주식회사와 비교해 폐쇄적이다. 루이비통코리아, 애플코리아 등 외국계 기업의 한국 내 법인이 현재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 대표적인 유한회사다.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 기업(상장사와 주주수 500인 이상 등)의 분식회계에 대해서만 과징금(분식회계 금액 10%·최대 20억원)을 부과했던 것도 외부감사 대상 법인 전체(2만5,000여개)로 확대한다. 다만 재무제표 작성의 주체인 기업의 대표나 임원에 대한 징계 강화 내용은 빠져 있어 ‘반쪽 규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분식회계 등을 저질러 해임 또는 면직된 기업 임원에 대해 2년 동안 상장사 취업을 제한하는 징계안도 3월 규개위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한 뒤 이번 외감법 개정안에서 빠졌다. 이총희 청년공인회계사회 대표는 “분식회계를 직접 저지르는 기업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묻는 것이 다른 조처보다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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