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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 경제난에 급증하는 '트럼프들'

최형욱 뉴욕 특파원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워싱턴 정치권의 아웃사이더다. 나쁘게 말하면 ‘왕따’ 신세다. 인종차별적인 발언은 물론 공개 장소에서 천박한 성적 농담을 하는 트럼프를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주류조차 질색하고 있다. 다른 나라 극우 정치인들도 트럼프에 비교되는 것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하지만 과연 트럼프가 정치적으로 외롭다고 느낄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으로 추측한다. 그는 미국 저학력·저소득 백인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유럽·남미 등 다른 나라에서 크고 작은 ‘트럼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Brexit) 찬성론자인 나이절 패라지 영국독립당 당수가 대표적이다. 트럼프처럼 기업인 출신인 그는 반이민 정서를 자극하더니 이번에 무명에서 일약 스타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그는 소득 감소와 일자리 부족, 건강보험 부실, 열악한 주거 환경 등을 모두 이민자 탓으로 돌리고 있다. 또 독일이 지배하는 EU 체제에 대한 공포감을 조성해 제국주의 시대 대영제국에 대한 향수를 부채질한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 선거 슬로건의 데자뷔다. 아울러 그는 선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는 등의 모습으로 자신을 반(反)기득권 세력의 상징으로 포장하고 있다. 브렉시트 지지 세력의 기반도 트럼프처럼 고령층, 백인, 도시 외곽의 저소득층이다. ‘영국의 트럼프’라 불리는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EU 잔류를 호소하자 “오바마 대통령이 (영국 식민지였던) 케냐 혼혈이라 반영 감정을 갖고 있다”고 시대착오적이고 인종차별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오스트리아의 트럼프’는 지난달 대선에서 근소한 차이로 패배한 자유당의 후보 노르베르트 호퍼다. 프랑스에는 극우정당인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가 자리를 잡고 있다. 그는 반이민 정책을 앞세워 내년 대선에서 결선투표로 갈 가능성이 크다. 헝가리·폴란드에는 이미 극우정당이 집권 중이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와 ‘브로맨스(남성 간의 친밀한 관계)’라는 비아냥이 나올 만큼 서로 치켜세우기 바쁜 사이다. 심지어 선진국 주류 정치인조차 트럼프 전략을 흉내 내려 하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내년 대선에서 우파 진영 후보가 될 가능성이 낮아지자 “미국에서는 기득권층 지지를 받던 대선 후보들이 대중들에게는 외면 받고 있다”며 아웃사이더 열풍에 편승하려 하고 있다.



이들 트럼프들의 공통점은 이민자 증오, 주류 세력에 대한 반감, 포퓰리즘, 반세계화 등을 자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이민자들의 세금 등 경제적 기여도가 복지혜택보다 더 많다는 객관적인 조사 결과는 안중에도 없다. 다만 금융위기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유권자들의 분노, 사회적 분열과 갈등을 자양분으로 삼아 위험한 정치적 모험을 시도하고 있다.

물론 아직 트럼프들은 대다수 국가에서 기존 정당 질서를 위협할 뿐 정권 탈취는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트럼프는 자질 부족을 드러내며 거의 자멸 직면에 이른 상황이다. 프랑스의 르펜 당수 등도 트럼프와 비교를 거부하면서 최근에는 정권 장악을 위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자제하고 중도로 이동 중이다.

하지만 23일 영국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로 결정날 경우 정치·경제를 막론하고 세계 자본주의는 또 다른 시험대에 들 것으로 보인다. 단지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고 경기가 둔화되는 차원을 넘어선다. 각국에서 포퓰리즘이 더 기승을 부리며 과거 수십 년간 진행돼온 세계화와 민주주의가 중단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브렉시트가 트럼프 백악관행의 일등공신이 될 것이라는 분석마저 내놓고 있다. 여기서 드는 우려 하나. 과연 한국 사회는 이 같은 대격변이 벌어질 경우 대처능력을 갖고 있는가.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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