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경제연구원장들은 현재 진행 중인 구조조정과 노동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실업대책이 전제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구조조정이 앞으로 우리나라의 발전을 좌우한다”면서 “구조조정을 하려면 노동개혁이 필수지만 부작용을 막기 위해 실업대책을 동시해 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2008년 글로벌 위기 이후 조선업종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관련 인력을 서서히 축소시킬 기회를 잃는 바람에 대규모 실업 사태를 눈앞에 두게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조선업은 글로벌 위기 이후 설비와 고용을 줄여야 하는 게 정상인데 우리는 반대로 늘렸다”면서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구조조정을 해야 할 시기에 부도를 내지 않으려고 설비와 고용을 늘리는 쪽으로 지원했다”고 꼬집었다.
현재 조선업의 근로자는 하청 비중이 60% 이상이고 미숙련 노동자가 많아 전직이 쉽지 않다. 수주절벽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하청 노동자가 길거리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미숙련 노동자 중 청년은 학력 때문에, 중장년층은 나이 때문에 재취업이 쉽지 않다는 게 김 원장의 진단이다. 신성환 금융연구원장도 “구조조정 초반에 발생할 대량실업대책에 만전을 기하지 않으면 실업이 사회 문제로 변질돼 구조조정 자체가 어그러진다”고 말했다.
연구원장들은 정부가 구조조정과 노동개혁으로 쏟아질 실업 문제에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노동계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는 것은 직접적인 해법이 아니다”라면서 “실업급여 수급 기간과 액수를 늘려야 하고 더 적극적으로 전직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걱정했다. 김준경 원장은 “실업보험과 고용보험, 직업훈련 제도나 프로그램은 있지만 실효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모든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가 지금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김준경 원장은 “구조조정으로 쏟아질 미숙련 노동자들이 전직과 재취업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가 구조조정 컨트롤타워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구원장들은 정부가 소비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거나 이미 시행하고 있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개별소비세 인하’ 등의 대책에 대해서도 일종의 ‘대증요법’으로 큰 효과를 나타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소비의 원천인 소득을 창출할 수 있도록 일자리에 정책을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소비를 늘리는 기본은 일자리를 만들어 소득이 생기게 해야 하는 것이지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블랙프라이데이 등은 반짝 효과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인수 원장은 “중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소득 증가 시 소비하려는 성향이 높기 때문에 이벤트도 중소득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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