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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뉴 SK' 선언]"전쟁이면 용납안되는 상황"…'사업모델·조직·자산' 대수술 예고

기업가치 하락·이익 둔화 등 그룹 경영지표 일제히 적신호

고강도 혁신 소용돌이 속 연말 인사 태풍 몰아칠 수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30일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16 SK그룹 확대전략회의’에서 관계사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들을 상대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제공=SK그룹




최근 사석에서 만난 SK그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요즘 들어 부쩍 변화에 대한 절박함을 느끼고 있다. 그룹 경영이 보다 역동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일까. 지난달 30일 경기 이천시 SKMS 연구소에서 열린 ‘2016 SK그룹 확대경영회의’ 현장에는 최 회장이 작심한 듯한 모습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이날 회의는 최 회장이 주요 임원들을 긴급 소집하면서 마련됐다. 회의 형식 또한 낡은 관습에서 벗어난 파격으로 구성됐다.

회의 자리에서 상석(上席)에 앉아 임원들을 다그치는 대다수의 총수들과 달리 최 회장은 ‘TED 강연’ 방식으로 직접 프레젠테이션 형식의 강연을 펼치며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변화의 선봉에 서달라고 강하게 주문했다. TED란 기술(Technoliogy)·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디자인(Design) 등의 분야에서 ‘널리 알릴 만한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를 18분 내에 설명하는 강연의 한 방식을 뜻한다. 하지만 발언의 수위는 ‘뉴 SK 선언’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어느 때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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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경영지표 너무 심각”…작심발언 쏟아낸 최태원=
최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현재의 위기 상황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고강도 발언들을 쏟아냈다. 그는 먼저 SK그룹이 처한 글로벌 경영 환경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드러냈다. 일명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사태 등에 따라 환율과 유가 등 주요 경제 지표들을 예측하기 어려워졌고 이에 따라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 밑으로 끌어내릴 정도로 국내외 경영 환경이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동시다발적 위기에도 불구하고 SK그룹 계열사들은 현 사태를 헤쳐나갈 만한 충분한 준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게 최 회장의 상황 인식이다. 그는 “우리 임직원은 SK로 인해 우리 사회가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에서 SK를 선택했지만 실제 SK의 현실은 이와 동떨어져 있다”며 “대부분 관계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경영 지표가 심각한 상황에서 어떻게 스스로와 사회가 행복해질 수 있겠느냐”고 질책했다. PBR는 주가를 1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이 값이 1보다 낮으면 보유 자산에 비해 회사 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달 31일 종가를 기준으로 SK그룹 계열사 중 PBR가 1을 넘는 곳은 그룹 지주사인 ㈜SK와 SK텔레콤·SK하이닉스 등 3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뒤집어 보면 이 3곳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들은 시장에서 헐값에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그룹 전반적으로 영업이익 창출능력이 떨어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해 SK그룹 전체의 실적을 견인했던 SK하이닉스의 경우 올 상반기 영업익이 1조원 안팎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3분의1 토막으로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업계 1위인 삼성전자와 기술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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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체질 근본개선 3대 변화 제시=최 회장의 이날 강연은 단순한 ‘질책’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디테일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최 회장이 CEO들에게 주문한 변화는 △사업모델 혁신 △기업문화 개선 △자산 효율화 등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그는 “각 계열사 CEO들이 관습의 틀을 깨는 발상의 전환에 나서 구체적인 변화와 실천계획을 하반기 CEO 세미나(10월 말 예정) 때까지 정해 실천하라”고 요청했다.

사업모델 혁신은 그룹의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새로운 먹을거리를 발굴하라는 요구로 해석된다. 그는 “환경이 변화하면 돈을 버는 방법도 바뀌어야 하는데 과연 우리가 사업의 근본을 고민해봤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며 “과거의 성공과 지금까지의 관행에 안주하지 말고 과감하게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자”고 말했다. 실제로 최 회장은 지난해 그룹 대표이사직에 재취임한 후 신성장사업장을 잇달아 방문해 ‘도전하는 임직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기업 문화 개선은 일하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 요구다. 그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출퇴근 문화에서부터 근무시간·휴가·평가 및 보상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하는 방식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며 “기존의 관성을 버리고 열린 눈으로 일하는 방법을 바라보자”고 요청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 이후 ‘7·4제(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4시에 퇴근하는 제도)’를 도입해 회사의 체질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최 회장은 이어 “회사 자산을 효율성(efficiency)과 유연성(flexibility)에 기반해 운영하면 외부 환경의 변화 속도에 맞춘 준비(readiness)가 가능해진다”며 “자산 효율화를 통해 어떤 사업에 어떤 자산을 최적으로 투입할지 판단하는 선택과 집중의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문했다.

◇그룹 인사 폭 커지나=최 회장이 고강도 혁신을 요구함에 따라 그룹 안팎에서는 연말 인사 시기가 앞당겨지고, 폭도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사면 이후 첫 인사에서 예상외로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거의 하지 않았다. 주력 계열사는 전부 유임됐다. 이 때문에 올해 인사 폭이 커질 것으로 봤는데, 최 회장의 쇄신 의지로 물갈이 대상이 더 넓어질 것이 확실시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수년 동안 경험하지 못한 변화의 소용돌이가 몰아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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