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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현대상선 인수설 급부상] 현대상선 해외 팔리면 경제전반 역풍...'해양판 뉴딜' 활로 찾아야

외국계 선사 시장장악땐 운임상승 → 수출경쟁력 약화 악순환

해운은 대표적 기간산업...정부 대형 선박 발주 등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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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이 지난달 23일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2M’ 가입 추진을 선언하자 국내외 해운업계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세계 1·2위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와 스위스 MSC가 손잡고 지난 2014년 출범한 2M이 새로운 멤버를 받아들인 것이 처음인데다 그 주인공이 유동성 위기에 다른 곳도 동맹 가입 협상을 벌이던 현대상선이었기 때문이다.

현대상선 측은 아시아~유럽 항로 점유율이 높은 2M과 아시아~미주 지분이 큰 현대상선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게 됐다고 자평했지만 해운업계에서는 “콧대 높은 2M이 현대상선을 받아들인 진의(眞意)를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며 분주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런 줄기에서 머스크의 현대상선 인수설이 급부상한 배경에는 2M과 현대상선의 ‘어색한’ 짝짓기 시도가 자리잡고 있다. 해운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아시아~미주 노선에서 현대상선이 차지하는 물동량 비중은 4.5%로 세계 12위권 수준에 불과해 2M의 실익이 크지 않고 마케팅·홍보 측면에서 도리어 불리해질 수도 있다”며 “업무 협력 강화보다는 인수합병(M&A)에 방점을 찍은 움직임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머스크는 그동안 같은 해운동맹에 속한 해운사를 끊임없이 인수해 지금의 ‘공룡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1999년에는 당시 미국의 최대 선사였던 ‘시랜드’를 인수했고 이어 2005년에는 세계 3위 선사였던 영국의 ‘P&O네들로이드’를 23억유로에 사들였다.

문제는 머스크가 실제로 현대상선을 인수할 경우 국내 경제 전반에 긍정적 측면보다는 상당한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양대 국적선사 중 한 곳인 한진해운에 대해 “한진그룹이 직접 나서 1조원 이상의 운영자금을 마련해오지 않을 경우 법정관리행이 불가피하다”고 연일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현대상선이 중장기적으로 외국 기업의 손으로 넘어갈 경우 사실상 국내 해운산업이 붕괴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해운업계에서는 국적선사 도태가 ‘글로벌 선사의 국내 시장 장악→운임 상승→화주 부담 증가→수출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로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해운은 국제사회에서 오랜 기간 네트워크를 쌓아야 하는 대표적인 기간산업”이라며 “정부와 채권단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칫 국내 해운산업 전체를 공멸에 이르게 하는 악수를 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산업 전반에 대한 깊은 인식 없이 단순히 부채비율만 따지는 식의 구조조정은 현재 위기의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 및 채권단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사들에 부채비율 축소를 집중적으로 요구했고 해운사들은 이를 맞추기 위해 보유 선박을 내다 팔면서 이후 비싼 값에 배를 빌려올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현재 해운업 위기의 근간에는 정부의 잘못된 처방이 있었던 셈이다. 만에 하나 현대상선 처리를 위해 정부와 채권단이 M&A를 전제로 2M과의 동맹 가입 협상을 벌인다면 엄청난 화근을 불러올 수 있다는 얘기다. 다소 성급한 분석이지만 머스크가 헐값에 인수한 후 되팔 경우 외환은행 인수 이후 투자는 안 하고 배당만 챙겨간 뒤 되판 론스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차제에 정부가 조선·해운업종을 아우르는 ‘해양 뉴딜(New Deal)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외 선주들에 내는 용선료를 조정하고 줄이고 채무 상환을 뒤로 미루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는 식’의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김우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운해사연구본부장은 경쟁국 해운사들이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주요 노선에 투입하고 고효율 선박을 통해 연료비를 줄이는 동안 국내 업체들은 재무구조 개선에만 매달리느라 충분한 투자를 하지 못해 고비용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해운업계에서는 정부가 해운사들의 대형 선박 발주를 확실하게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준수 서강대 석좌교수는 “정부가 선사들의 선박 발주를 돕기 위해 마련한 12억달러(약 1조3,772억원) 수준의 선박펀드는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해양 뉴딜이라 할 획기적인 규모로 지원해야 조선·해운기업이 경쟁력을 높이면서 자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일범·이종혁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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