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부모와 선생님들은 성인이 되기 이전에 성관계를 맺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다. 하지만 올 4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존 페리 박사팀이 국제학술지 네이처 제네틱스에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이는 개인의 굳은 의지만으로는 달성하기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연구팀이 38만명 이상의 데이터를 분석, 첫 성경험 연령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첫 성경험 연령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예컨대 1990년 영국인의 평균 첫 경험 연령은 남성 17세, 여성 18세였지만 지금은 16세로 낮아졌다. 학계에서는 영양상태 개선이나 환경 호르몬 노출 등에 의해 사춘기가 빨라진 것을 주요 원인의 하나로 본다. 여성만 해도 초경을 경험하는 평균 나이가 1880년대에는 18세였지만 1980년대에 이르러 12.5세로 어려졌다. 페리 박사는 이 같은 사춘기와 첫 성경험 시기의 상관관계를 규명하고자 이번 연구를 추진했다.
“영국 바이오뱅크가 보유한 40~69세의 남녀 12만5,667명의 유전자 데이터를 비교 분석해 사춘기를 앞당기는 38개의 유전자 변이를 발견했습니다. 이후 아이슬란드 남녀 24만명과 미국인 여성 2만명의 유전자로 동일한 분석을 진행, 조기 사춘기가 이른 첫 성경험과 유관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렇다면 자녀의 유전자를 분석해 첫 성경험 시기를 예측할 수 있을까. 페리 박사를 포함한 주류 유전학자들은 아니라고 말한다. 유전자는 인간의 건강과 행동을 결정하는 유일한 요인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성경험의 경우 더욱 그렇다고 한다.
“유전자보다는 경제적·사회적 요인, 특히 부모님이나 종교지도자, 친구들의 영향이 훨씬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게 다수의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습니다. 한 연구에선 첫 성경험 연령이 유전자 25%, 성장 과정에서의 환경적 요소 75%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ANSWERS BY Daniel Eng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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