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고분양가를 잡기 위한 정부의 대응이 예사롭지 않다. 국토교통부가 분양가격 9억원 초과 단지에 대해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 대상에서 제외한데 이어 분양보증 심사도 강화하는 등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서다.
한 전문가는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시장에 고분양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강남권에서 고분양가를 책정한 단지가 계속 나올 수 밖에 없어 정부 역시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 같은 시그널이 시장에 어떻게 반영될 지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10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 3단지 재건축)’를 시작으로 강남권 고분양가 단지에 대해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심사를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분양보증은 아파트 분양승인 신청 시 반드시 필요한 서류다.
국토부와 HUG 등에 따르면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높은 고분양가 사업장에 대해선 앞으로 지점 심사와 본점 심사 등 이중 심사를 거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경우 HUG로부터 아직껏 분양보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분양가를 다소 낮춰 분양보증심사를 요청했지만 지난달 30일과 지난 2일 두 번 연속 보류 통보를 받았다.
국토부가 ‘디에이치 아너힐즈’를 필두로 고분양가 단지에 대해 분양보증 심사를 강화 하는 데는 고분양가 문제가 ‘디에이치 아너힐즈’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서울 재개발·재건축 분양은 38곳 1만 7,499가구에 달한다. 이 중 강남권에선 △서초구 방배3동 방배에코자이 △서초구 한신18·24차 신반포 래미안 △서초구 한신5차 아크로리버뷰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 등이 분양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강남권에서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고분양가 단지가 잇따라 나올 수 밖에 없다. 고분양가에 대한 정부의 정확한 시그널이 없을 경우 강남권 분양가의 고공행진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 재건축은 중도금 대출보증이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되지만 분양보증이 막히는 건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며 “조합에서 분양가를 책정하는데 아무래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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