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대 은행으로 꼽히는 웰스파고가 영국 런던 시내 건물을 매입해 새 본사를 꾸린다. 이번 대규모 부동산 거래를 두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결정으로 부정적 평가를 받았던 런던 상업용 부동산 시장 회복의 신호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웰스파고가 3억파운드(약 4,512억원)에 런던의 금융중심가에 건립 중인 ‘33센트럴’ 빌딩을 매입했다고 보도했다. 부동산 개발업체 HB리비스가 짓고 있는 이 건물은 11층짜리 오피스빌딩으로 내년 3·4분기 완공 예정이다. 웰스파고는 오는 2018년부터 이곳을 유럽 본사(HQ)로 사용할 계획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몸집을 불려온 웰스파고가 런던행을 결정한 것은 국외 수익 비율을 늘리기 위해서다. 웰스파고는 자산 1조8,000억달러, 인력 26만9,000여명을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의 은행이지만 수익의 95%가 미국에서 나온다. 이 때문에 이번 런던 사옥 구입은 자국에 편중된 수입구조를 바꾸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다만 공식적으로 웰스파고는 글로벌 영업전략의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웰스파고의 통 큰 결정이 나오기 전 런던 부동산은 먹구름이 잔뜩 낀 상황이었다. 이달 초 스탠더드라이프인베스트먼트 등 일부 부동산 펀드에는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이 잇따랐고 밀려드는 요구를 감당하지 못하는 펀드들은 환매중지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투자은행과 증권사 등은 브렉시트 직후 런던이 누렸던 유럽 시장에 대한 ‘패스포팅’ 기능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에 본사를 프랑스나 독일 등으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부동산컨설팅 업체인 그린스트리트어드바이저스에서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계기로 3년 안에 런던 내 사무실 가치가 20%나 하락할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증시와 외환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웰스파고 같은 대형은행이 런던 부동산 매입에 나서면서 이 같은 우려는 점차 사라지는 모습이다. HB리비스 최고재무책임자인 매리언 하먼은 이번 계약에 대한 공식 성명에서 “많은 이들이 브렉시트 이후 영국 부동산 시장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했다”면서도 “웰스파고의 결정은 런던과 다른 지역에 여전히 투자개발 기회가 남아 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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