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팡웨이(30) 선수가 요즘 성적이 괜찮습니다. 가장 주목할 선수가 (나를 포함해서) 3명 정도 있는데, 저도 꼭 지켜봐 주세요.”
‘사격 황제’ 진종오(37·KT)는 이달 초 충북 청주에서 열린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에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하는 외국 선수 중 경쟁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이처럼 농담을 섞어 대답했다.
진종오는 누구나 인정하는 세계 최고의 총잡이다. 그는 남자 50m 권총(200.7점·2013년 7월 7일)과 10m 공기권총(206.0점·2015년 4월 12일) 세계기록 보유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50m 권총, 2012년 런던 올림픽 10m 공기권총·50m 권총에서 금메달을 땄다. 다음 달 개막하는 리우올림픽에서 50m 권총 정상을 차지하면 세계 사격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한다.
이런 진종오지만 0.1㎝의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사격의 특성상 국제대회에서 항상 금메달만 수확한 것은 아니다. 그가 최정상의 자리에서 미끄러졌을 때 팡웨이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메달을 목에 건 경우가 그동안 적지 않았다.
진종오가 은메달을 딴 2008년 베이징올림픽 10m 공기권총에서 팡웨이는 금메달을 수확했다. 당시 팡웨이는 결선에서 10.5점 이상을 세 번이나 기록하는 절정의 감각을 자랑하며 여유 있게 우승했다. 이후 진종오의 상승세에 눌린 팡웨이는 2012년 런던 올림픽 10m 공기권총에서는 4위(진종오 1위)에 올랐다.
리우올림픽을 불과 3개월 앞둔 지난 5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사격연맹(ISSF) 월드컵 대회 50m 권총에서는 팡웨이가 은메달을 획득, 동메달을 수확한 진종오보다 포디움의 높은 곳에 섰다. 이상학 KT 사격선수단 코치는 “진종오가 팡웨이를 가장 큰 라이벌로 본다”고 전했다.
이 코치는 “팡웨이의 기량이 진종오에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무시할 상대는 아니다”라며 “국제대회에서 여러 번 만나봤는데,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배짱 있게 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박상순 국가대표팀 감독은 “팡웨이를 포함한 중국 선수들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차분하게 한 발 한 발을 쏜다”며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이 가장 경계하는 상대 국가가 중국”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사격이 태권도나 펜싱 같은 겨루기 종목과 달리 상대 선수가 아닌 자기 자신과 싸운다는 점에서 진종오는 최대한 경쟁자를 의식하는 대신 컨디션 조절에 신경 쓰고 있다. 진종오는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를 끝으로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하는 동시에 틈틈이 낚시 같은 취미 활동을 하며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진종오는 “50m 권총은 다 만들어진 거 같은데 10m 공기권총은 조금 미완성 같다”며 “감각이 아직 약간 불규칙해서 나 자신이 만족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남은 기간에 계속 내 감각을 확인해서 완벽해지려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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