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서학개미들에게 반가운 소식입니다. 미국 기업들이 역대 최대 규모인 50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자본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현금유보금을 활용해 주가 방어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도이체방크의 분석을 인용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이 향후 몇 달 간 1920억 달러 규모의 자기주식을 매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습니다. 1995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입니다. 이에 힘입어 최근 3개월 간 미 기업들이 발표한 자사주 매입 계획은 무려 5180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입니다.
기업들이 1분기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내면서 현금유동성이 풍부해진 영향인데요. 올해 1~3월 S&P500 기업들은 시장 예상치보다 약 7.8% 더 높은 주당순이익(EPS)을 기록했습니다. 대개 기업들은 유보금을 활용해 차입금을 상환하거나, 인수합병(M&A)·연구개발(R&D) 등 사업을 확장하는데 사용하지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아직 큰 만큼 섣불리 미래 계획을 세우거나 자본 투자에 나서지 않는 모습입니다. 미국의 한 대형 투자은행(IB)의 주식자본시장(ECM) 책임자는 FT에 "자사주 매입이 증가하는 것은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이 운영 투자 계획을 방해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기업으로선 주당순이익을 높일 수 있어 매력적인 선택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유통 주식 수가 줄어 수익성이 높아지는 효과지요.
자사주 매입에 나선 기업들을 살펴보면 실적이 좋은 기술 기업이 대부분입니다. 애플은 자사주 매입을 1000억 달러로 늘릴 계획이고 구글 모기업 알파벳은 700억 달러 어치 사들일 예정입니다. 웰스파고는 4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준비중이며 비자는 300억 달러를 추가 매입할 계획을 밝혔지요. 특히 애플과 AIG는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까지 일부 활용해 자기주식을 사들일 예정입니다. 리프트는 지난 8일(현지 시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자사주 매입 계획을 7억 5000만 달러로 확대한다고 밝힌 이후 주가가 5% 오르기도 했습니다.
올해 시장 폭락으로 낮아진 주가 역시 자사주 매입에 긍정적입니다. 최근 미 증시는 관세 협상 진행 여부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데요. 5월 8일 종가 기준 S&P 500 지수는 연초 대비 3.5%, 나스닥 지수는 7% 여전히 떨어진 상황입니다. 자사주 매입을 계획하는 기업들로선 '바겐세일' 중인 셈이네요. 미국 레이놀즈 스트래티지의 수석 시장 전략가 브라이언 레이놀즈는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매우 놀라운 수준"이라며 최근 자사주 매입 급증의 규모와 속도를 감안해 대형주에 대한 약세 전망을 철회하기도 했습니다.
달러 약세와 아시아 통화 강세가 맞물리면서 약세를 보이고 있는 원달러 환율도 서학개미들의 투자 부담을 덜어줄 전망입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서 움직일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는데요.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분위기가 원화 강세 쪽으로 많이 기울었고, 당분간 달러가 크게 반등하지 않는 한 계속 하락 쪽으로 맞춰질 것"이라고 전망을 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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