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연쇄 외교장관회의의 ‘하이라이트’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가 26일 오후(현지시간)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의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렸다. 북한이 유일하게 참여하는 역내 다자협의체인 ARF에는 남북을 비롯해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6자회담 당사국이 모두 참여하는 만큼 북핵 문제를 둘러싼 외교전의 ‘본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ARF 27개 회원국의 외교장관들은 리트리트(비공식 자유토론)를 통해 북핵과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남중국해 문제 등 역내 현안에 대한 자국의 입장을 밝혔다. 의장국인 라오스는 이들 발언을 종합해 의장성명을 작성하게 된다.
한국을 비롯한 참가국들은 의장성명에 자국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더 반영하기 위해 라오스를 상대로 치열한 설득전을 벌이고 있지만 라오스가 아세안 국가 중 북한과 가장 가깝기 때문에 우리 입장을 반영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된 ARF 의장성명이 회의 종료 나흘 만에 채택되는 등 역대 ARF에서 의장성명이 지각 채택된 전례에 미뤄볼 때 이번 회의도 결과물을 도출할 때까지 상당 기간 진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각국이 의장국 라오스가 마련한 의장성명 초안을 가지고 문안을 협상 중인 가운데 중국 등이 주한미군 사드 배치 관련 내용을 성명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어 주목된다. 일본 NHK는 의장성명 초안에 “복수의 외교장관이 계획(사드)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언급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의 주장을 담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드’라는 용어가 직접 들어가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중국과 러시아가 사드 배치를 시사하는 간접적 표현을 담으려 할 수도 있다. 사드 배치 문제가 실제 ARF 의장성명에 포함된다면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 압박 메시지가 희석될 우려가 있다.
또 의장성명 초안에는 북한의 ‘핵 개발 및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대부분의 외교장관이 중대한 우려를 표명했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서는 “복수의 외교장관이 우려를 표명했다”고 적혔지만 지난 12일 국제 중재재판 결과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ARF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북한이 외교 공세의 수위를 높일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ARF 참석을 계기에 개최국 라오스에 양자방문을 요청했으나 라오스가 스케줄을 이유로 난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장관의 양자 방문은 다자회의 참석 외에 정부 수반 등 고위급 인사 예방, 오·만찬 등 공식행사 등이 포함된다. 리 외무상은 동남아 일부 다른 국가들에도 ARF 참석 계기 방문을 타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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