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유럽연합(EU)이 각각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Brexit) 문제를 놓고 협상에 임할 대표로 원칙을 중시하는 ‘강경파’ 인사들을 선임해 향후 브렉시트 협상에서 양측의 격돌이 예고됐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영국과의 브렉시트 협상을 이끌 EU 대표로 프랑스 정치인 출신인 미셸 바르니에 전 EU 집행위원을 임명했다며 이번 인사가 브렉시트에 대한 EU의 강경한 대응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보도에 따르면 원칙주의자로 알려진 바르니에 전 위원은 브렉시트 결정 전부터 영국이 EU 내에서 회원국의 의무는 다하지 않은 채 이권만 누리려 한다며 비판의 날을 세워온 인물이다. 익명의 한 외교관은 “바르니에는 영국과는 아주 거리가 먼 사람”이라며 “그는 냉정한 협상가로서 자신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디언은 특히 영국 내에서 바르니에 전 위원이 독일과 프랑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며 협상에서 영국 대표들이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금융규제 전문가인 그가 협상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영국의 영향력을 축소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가디언에 따르면 바르니에 전 위원은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EU 집행위원을 맡으면서 EU가 주도하는 유럽 내 금융규제 도입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당시 그는 EU 회원국이면서도 EU의 금융 서비스 규제를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는 영국을 강하게 비판했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바르니에 전 위원이 협상 과정에서 영국에 지금보다 엄격한 금융규제를 요구하며 ‘시티오브런던’으로 표상되는 영국의 금융시장 영향력을 약화시키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영국을 대표해 바르니에 전 위원에게 맞설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부 장관도 만만한 인물은 아니라는 평가다. 강경한 브렉시트 지지자로 알려진 데이비스 장관은 특수부대 출신으로 영국 보수당 내에서도 대표적인 ‘대처주의’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가디언은 바르니에 전 위원과 데이비스 장관이 1996년 각각 프랑스와 영국에서 같은 직책인 유럽부 장관을 맡아 친분이 있는 사이지만 원칙론자인 두 사람이 브렉시트 협상에서 치열하게 맞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한편 바르니에 전 위원은 오는 10월1일 정식 취임할 예정이며 브렉시트 협상 공식 개시를 알리는 리스본조약 50조가 발동된 후 영국 측 대표인 데이비스 장관과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된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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