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김영란법 합헌] "시범케이스 되면 좋을 것 없다" 기업들 몸사리기

<재계 반응>

모호한 기준에 대책마련 쉽잖아

"꼬투리 잡힐까 무서워 만나겠나"

소통까지 막아 경영위축 불가피

5만원 이하 선물세트 확대 등

유통·외식업계 발빠른 대응도

헌법재판소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해 모두 합헌 결정을 내리자 재계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합헌으로 결론 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실로 다가오자 어떤 식으로든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이 시행되면 공무원이나 언론인 등과의 식사 자리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왔던 식사비 지불 등의 행위는 위법으로 분류돼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된다. 대기업의 한 대관 업무 담당자는 “현재로서는 전혀 대응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감사실과 법무팀을 중심으로 일종의 대책반을 꾸려 사내(社內) 매뉴얼을 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시행일(9월28일)이 다가온 반면 대책 마련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김영란법이 규제하는 사적 행위의 영역이 워낙 넓고 포괄적인 탓이다. 예컨대 ‘소폭(소주+맥주)’을 곁들인 저녁 식사 자리의 경우 비싼 메뉴를 고르지 않아도 1인당 식사 비용이 3만원을 훌쩍 넘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럴 때 △일이 있어 잠시 앉아 있다 먼저 일어선 사람과 △나중에 합류한 사람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 등이 함께 있었다고 가정할 경우 식사비 분담을 어떻게 해야 할지 누구도 정답을 내놓기 힘들다. 기업인들의 식사 자리를 쫓아다니며 김영란법 위반 행위를 포착하는 전문 ‘식(食)파라치’나 ‘주(酒)파라치’가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 같은 불확실성 때문에 대다수 기업은 일단 바짝 엎드리는 쪽을 택하고 나섰다. 법 시행 이후 ‘시범 케이스’로 걸리면 좋을 게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식사 자리에 더해 골프와 같은 한 번에 수십만원이 드는 비즈니스 모임은 시행 후 일정 기간은 사실상 올스톱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에서 홍보와 대관을 담당하는 일부 임원들은 이 때문에 최근 주말마다 하루에 두 번씩 라운딩에 나서기도 한다. 법 시행 후 당분간은 골프가 어려울 테니 양해를 해달라는 것이다.

김영란법이 기업과 외부 인사들의 정상적인 소통 작업까지 막아 경영활동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고경영자(CEO)들은 관가 인맥 자체가 자산인데 앞으로는 꼬투리 잡힐까 무서워 만남 자체를 자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모습의 한편으로 유통업계에서는 합헌 결정이 나자 5만원대 이하 선물세트 비중을 늘리는 등 ‘추석 마케팅’을 재수정하고 있다. 이번 추석은 법 시행일 이전이어서 해당 법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지만 달라진 사회 동향과 국민 정서를 신속히 반영하는 것이다. 주요 백화점들은 5만원대 이하 선물 품목을 지난해보다 20~30%가량 늘렸다.

외식업계는 벌써부터 2만9,900원짜리 메뉴 마련에 분주히 나서고 있다. 한식과 양식, 각종 프랜차이즈, 비즈니스호텔 등을 막론하고 규제를 받지 않는 3만원 이하 식사 메뉴를 편성해 접대문화 등 시장 변화에 대응해간다는 계획이다.

/김희원·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