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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합헌] "다 죽으란 소리냐" 들끓는 농축수산업계

"왜 피라미들만 못살게 하느냐"

화훼·과수농가 등 성토 이어져

소득 악화, 결국 품질 저하 불러

경쟁력 악화 악순환 될것 지적도

28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함태수 한국농축산연합회 사무국장이 3분의2가량이 빈 한우선물세트 상자를 들어 보이고 있다. 그는 “이게 5만원어치고 상자가 다 차야 15만~20만원 정도 된다”며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한 헌재의 합헌 결정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두형기자




“이것이 5만원 분량이고 상자가 꽉 차면 15만∼20만원 정도 됩니다.”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린 28일 오후2시30분. 함태수 한국농축산연합회 사무국장은 한우선물세트 상자를 보이며 이같이 말했다. 작은 한우 고기 두덩이면 김영란법에서 규정한 상한액을 넘게 된다는 게 함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김영란법으로 선물 수요가 줄어들 것이 분명하고 이는 곧 소득 감소라는 결과를 낳아 한우 농가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합헌 결정이 난 후 기자가 찾은 서울 양재동 화훼단지는 냉기가 흘렀다.

헌법재판소의 김영란법 선고가 이뤄진 28일 오후 서울 남대문 대도종합상가의 화훼점 골목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우인기자


손님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이따금 화분을 옮기는 상인들과 ‘윙’하는 선풍기 소리만 가득했다. 내심 위헌 결정이 나기를 바랐던 화훼업자들은 “수천만원이나 수억원의 뇌물을 받는 큰 고기를 잡을 그물을 펴야지, 왜 작은 그물을 펼쳐서 우리 같은 피라미들만 못살게 하느냐”며 격앙된 목소리로 헌재 결정을 성토했다. 이들이 울분을 토하는 이유는 화훼농가들이 계속된 악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화훼농가들이 생계를 걱정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은 2003년 선물을 3만원 이하로 제한하도록 한 공무원 행동강령 개정에서 비롯된다. 경기침체가 계속 이어지면서 꽃 소비는 크게 줄었고 상당수 화훼업자는 사실상 벼랑 끝에 몰려 있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실제 2009년 8,640억원이었던 국내 화훼생산액은 2014년 7,019억원으로 5년 새 20%가량 쪼그라들었다. 25년간 농원을 운영한 송모(56)씨는 “도자기에 부자재·글씨·리본·배달비까지 다 내고 나면 난의 가격이 5만원을 훌쩍 넘는다”며 “5만원 이상 선물을 못 팔면 우리는 죽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유통업계도 당장 비상이 걸렸다. 선물가격을 5만원으로 제한할 경우 명절 대목이라는 말 자체가 사라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20년 동안 수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김동호(47)씨는 “굴비와 갈치, 전복, 미역 등 고급 수산물 세트는 대부분 5만원 이상으로 횟집에서도 3만원 이하 수산물이 별로 없다”며 “앞으로 가격에 맞춰 상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수산물 선물의 품질이 급격하게 떨어질 것이 뻔하고 질이 떨어지면 소비자들이 구매하지 않을 게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유통업을 하는 김병철(43)씨도 “말 그대로 절망”이라며 “5만원 이하 선물세트는 대부분 대기업에서 만든 생활용품으로 지금껏 친환경 고품질로 승부를 걸었던 농가의 피해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란법이 제품 경쟁력 하락의 원인이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사과나 배 등 과수농가들은 명절과 연말연시 선물 매출에 크게 기대고 있는데 5만원 제한이 걸리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소득 악화는 낮은 단가 맞추기로 이어지고 결국 재배 농산물에 대한 재투자 철회라는 결과를 낳아 농산물의 질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는 논리다.

백승우 전북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김영란법으로 농가들은 5만원 이하의 상품을 구성해야 하는데 이는 농가소득 악화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며 “소득이 줄어든 농민들이 재투자할 여력이 줄어 품질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우인·이두형기자 wipark@sedaily.com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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