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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김영란법에 걸리지 않는 법

안의식 정치부장

가급적 사람 피하고 만남은 기록

선물은 반품 후 문자로 확인해야

전체 공직자 '잠재적 범죄자' 몰아

고위직·판검사 등 대상 제한 필요





오는 9월28일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공직자들이 김영란법에 걸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첫째, 사람은 가급적 만나지 않는다. 공직자 또는 그 배우자가 직무와 관련해서 식사·선물 등 금품수수의 경우(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이상) 과태료 대상이다. 100만원 초과 상당금액을 받으면 직무 연관성, 대가성 여부와 상관없이 형사처벌 대상이다. 그런데 직무 관련성 규정이 광범위해 어디서 어떻게 엮여서 걸리게 될지 모른다. 예를 들어 종로구청 공무원인 김모씨 사례를 들어보자. 김씨는 종로구의 건축 관련 일을 담당하고 있다. 그럼 건축 관련 사람들만 ‘직무 관련성’이 있을까. 그렇지 않다. 권익위원회에서 발간한 ‘김영란법 해설서’에 보면 김영란법상 직무 관련성의 의미는 김씨가 과거에 맡았던 임무, 지금 맡은 업무, 앞으로 맡게 될 가능성이 있는 업무, 관련 업무 등이 모두 ‘직무 연관성’에 해당하는 직무다. 결국 구청 업무 전체가 다 ‘연관된 직무’라고 할 수 있다. 구청 업무 중 하나가 주차단속이라고 할 때 종로구에 차를 한 번이라도 가지고 들어오는 대한민국 국민은 다 직무 연관성에 해당될 수 있다. 김씨 배우자도 마찬가지다. 남편의 직무 관련성과 똑같이 적용된다.

두 번째, 그렇다고 어떻게 사람을 안 만나고 지낼 수 있을까. 지금 공직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의 하나는 평상시 좋은 관계이다가 혹 무슨 이유로 관계가 틀어졌을 경우 김영란법이 ‘복수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관계가 틀어졌을 때 그 사람이 과거 이 공직자와 함께 밥먹고 술먹고 골프치던 것 등을 김영란법 위반으로 신고할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공직자는 과태료가 문제가 아니라 현재 맡은 자리에서 다른 자리로 인사이동된다. 신고한 사람과의 직무 관련성 때문에 해당 업무를 계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 3자의 신고가 가능하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직장동료가 더 무서울 수도 있다. A와 관계가 틀어진 직장동료 B가 평소 A의 생활행태와 ‘김영란법 위반사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를 신고할 수도 있다.

경찰·검찰 수사도 문제다. 김영란법과는 전혀 상관없는 건을 수사하다가 잘 안 되면 “당신 어디서 누구 만나 얼마짜리 먹었어? 선물은 뭐 받았어?”라며 김영란법 건으로 수사초점을 돌릴 수 있다.



이 같은 가능성을 그나마 줄이는 길은 매일매일 만나는 사람들의 일지를 기록해두는 것이다. 누구를 어디서 만나, 얼마짜리 점심이나 저녁을 먹었는지 말이다. 이렇게 되면 스스로 조심할 수 있고 만약 문제가 됐을 경우 상대방의 ‘과잉신고’ 등에 대항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세 번째, 5만원 상당이 넘는 선물이나 초대권 등의 경우 반품하고 신고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반품도 잘해야 하고 기록을 반드시 남겨 놓아야 한다. 예를 들어 10만원 상당의 선물이 왔다고 하자. 우선 선물의 내용물과 보내온 사람의 명함을 사진으로 찍어서 남긴다. 그리고 반품하면서 반송장도 사진으로 남긴다. 그 뒤 선물을 보내온 사람에게 관련 사진이 첨부된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반송 사실을 알린다. 그리고 반송된 선물을 받으면 문자메시지로 답을 달라고 한다. 또 이 같은 사실을 관련 기록과 함께 신고한다. 이렇게 해야 뒤탈이 없다.

실제 우리 사회에 위와 같은 일들이 벌어질 경우 어떻게 될까. 셋 중 하나다. 첫째, 법이 엄격하게 적용되면 곳곳에서 곡소리가 날 것이다. 둘째, 현실과는 동떨어진 법이기 때문에 법 자체가 사문화될 수도 있다. 셋째, 감시기관이나 수사기관에서 ‘찍힌 놈 벌주기’에만 이용되는 경우다.

어떤 경우든 우리 사회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 왜 전체 공직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이게끔 해야 하나. 진짜 부정부패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타깃을 분명히 해야 한다. ‘고위공무원단’ 이상 고위공직자, 판·검사, 국회의원 등으로 대상을 좁히고 법을 엄격히 적용하자. 큰 부패가 잡히면 작은 부패는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안의식 정치부장 miracl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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