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의 모체인 ‘박승직 상점’이 지난 1896년 서울 종로4가 배오개에 조그맣게 문을 연 지 8월1일로 120주년을 맞았다. 우리나라 기업으로는 최고(最古) 기업이다. 면포 따위를 취급하던 두산그룹은 120년의 세월을 거쳐 발전소와 플랜트·건설기계 사업을 거느린 자산 32조원 규모의 기업으로 거듭났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31일 배포한 기념사를 통해 “한국 어느 기업도 밟지 못한 120년 역사를 일궈낸 임직원들의 헌신에 감사드린다”고 소회를 밝혔다.
박 회장은 “올 상반기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를 거뒀고 재무구조 개선작업도 사실상 마무리 지어 한층 단단해진 재무 기반을 마련했다”면서 “하반기에는 영업성과를 높이는 데 보다 주력하자”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특히 “전 세계적으로 장기 저성장 기조가 여전하고 잠재적 위험도 커지고 있다”면서 “두산이 걸어온 120년 역사를 돌아보면 이보다 더한 고비도 수없이 많았지만 두산은 계속 성장하고 세계로 무대를 넓혀왔다. 이것이 두산의 저력”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취임 이후 경영활동에 대해 “가장 중점을 두고 살폈던 것이 현장을 챙기는 일”이었다면서 “현장 직원들이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모습으로 제품 경쟁력과 생산성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봤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두산가(家) 4세로 올해 3월 작은 아버지인 박용만 회장으로부터 그룹 경영권을 승계했다. 박 회장은 “하반기에도 국내외 현장을 돌며 현장경영을 펼치겠다”며 현장경영에 대한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두산의 120년 역사는 변신의 역사다. 면포를 다루던 두산은 1950년대 무역업과 소비재(OB맥주) 사업에 진출했고 1960년대에는 건설과 식음료·기계산업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거침없이 사세를 확대하던 두산은 1990년대 초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으로 OB맥주 시장점유율이 급락하자 1995년 OB맥주를 포함한 식음료 사업을 모두 팔아 위기를 넘겼다. 이후 두산은 2001년 한국중공업(두산중공업)과 2003년 고려산업개발(두산건설), 2005년 대우종합기계(두산인프라코어)를 차례로 인수하며 소비재 기업에서 중공업 기업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