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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clip] '사이다' 표창원 "끊임없는 어린이 안전사고, 사회의 무관심 탓"

지난 27일 경주에서 열린 어린이 과학캠프에서 만난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어린이가 24시간 보호받을 수 있는 테두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사회와 국가가 그 책임을 다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표 의원의 생각이다.




“어린이가 미래의 주인이라고 말만 할 뿐 국가와 사회가 실질적인 관심을 쏟지 않고 있어요. 솔직히 어린이에게 정당이나 국회의원을 뽑을 수 있는 투표권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요?”

표창원(50·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1호 법안으로 추진 중인 ‘어린이 안전 기본법’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국가와 사회가 그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불볕더위 속 유치원 통학버스에 8시간 가까이 방치됐던 4살 아이가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되는가 하면 친부모의 지속적인 폭행으로 목숨을 잃는 등 안타까운 사고가 근절되지 않는 근본적 이유에 물음표를 던진 것이다.

그의 눈빛은 맹수의 그것처럼 날카로우면서 동시에 호수의 심연처럼 차분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그는 기자와 눈을 마주친 채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말을 이어갔다. ‘사이다’라는 별명에 걸맞게 속사포 같이 쏟아내는 발언은 그대로였지만 국회 입성하는 순간부터 지니게 됐다는 ‘채무의식’이 적잖이 무거워 보였다. 대한민국이 더 멀리, 더 길게 내달릴 수 있도록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다부진 각오 역시 그의 투혼을 불태우고 있었다.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지난 27일 경주에서 진행된 어린이 과학 캠프에 연사로 나선 표창원 의원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국회의원으로서 준비 중인 1호 법안이 ‘어린이 안전 기본법’이다. 초선의원으로서 1호 법안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클 텐데.



“어린이는 나라의 보배, 우리 미래의 주인이란 말을 한다. 그런데 말만 화려하지 실제 어린이에게는 국가와 사회가 큰 관심을 쏟질 않고 있다. 어린이에게 투표권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어린이가 직접 정당을 고르거나 후보자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든 입법이나 국가의 정책 또는 집행 가운데 어린이에게 관심을 쏟는 부분은 대단히 미약하다. 특히 안전이라는 요소는 13세 미만의 어린이에게 있어서는 치명적이고 소중하고 가장 중요한 영역이다. 13살 이전의 어린이들은 아직 신체나 인지 발달, 사회 경험에 비춰봤을 때 스스로 다양한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역량이 갖춰지지 않은 나이다. 그래서 부모뿐 아니라 사회 전체 국가가 철저하게 어린이를 보호해줘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chain of protection, chain of custody란 개념이 있다. 즉 단 한 틈의 빈틈도 없이 24시간 365일 어린이는 보호자의 보호 하에 있어야 한다는 개념이 확립돼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등교 시간, 하교 시간 피시방 유치원 어린이집 오고 가는 시간 동네 놀이터에서 노는 시간 동안 어린이 대부분이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방치돼 있다. 그러다가 각종 안전사고가 일어난다. 그래서 제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어린이가 24시간 보호 하에 있을 수 있는 법적인 테두리를 만들려고 한다. 그리고 만약에 자신이 보호 담당자인데 기본적인 의무를 소홀히 해서 어린이에게 만약에 문제가 생긴다면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그런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12년 표창원 의원은 경찰대 교수를 사임하는 이유가 ‘표현의 자유를 위해서’라고 말했다. ‘국회의원이 된 지금 그토록 원했던 표현의 자유를 찾았느냐’는 질문에 표 의원이 답하고 있다.


2012년 경찰대 교수를 사임하는 이유가 ‘채무의식’을 벗어 던지고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지금은 어떤가. 당시 원했던 목표는 이뤘나.



“그 당시 자유를 찾아서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나왔다. 그 중에서도 표현의 자유, 마음대로 내가 생각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이야기하고 싶어서 나왔는데 막상 그 자유를 누리다 보니 책임의식을 더 크게 느끼게 됐다. 그 전에는 (경찰대 교수로) 공직에 있다는 것, 그리고 국민의 세금으로 살아왔다는 채무 의식으로 인해서 저 스스로 자기검열을 많이 했다. 그래서 그 부분을 탈피하고 싶어서 사직을 하고 자유의 몸으로 돌아왔는데 그러다 보니 많은 분들이 저를 지지하고 격려하고. 제가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언론에 보도되고 이런 모습들이 또 저에게 ‘자기검열’을 강요하는 모습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제가 생각하는 대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하는 이야기가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어떻게 영향을 끼칠까를 생각하게 됐다. 국회의원이 된 지금은 또 다른 큰 채무의식을 느끼고 있다. 제게 표를 던져주신 분들, 제게 기대를 가지고 계신 분들, 꼭 제 지역구에 살고 계신 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제가 그 동안 내세웠던 정의라든지 약자에 대한 보호, 소수자 보호 이런 부분들이 저를 통해 실현되리라고 희망과 기대를 걸고 계신 분들이 저를 지켜보는 눈초리가 늘 느껴진다. 그러다 보니 상당히 과중한 책임감과 채무의식에 조금 눌려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조금 더 신중해지려고 하고 실제로 그분들께 희망과 기대에 부응해드리는 일을 하고 싶다. 단기간 동안의 시원한 모습보다는 길게 멀리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고 약자와 소수자들께서 사람으로서의 기본권을 누릴 수 있고 존중받고 배려받는 사회를 만들어 드리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감내해야 하고 열심히 해야 하고 초심을 잃지 않아야겠다는 것을 많이 느끼고 있다.”

의정활동이 상당히 바쁜데 지난 달 ‘운종가의 색목인들-셜록, 조선을 추리하다 1’이라는 추리소설을 펴냈다. 특별히 소설이라는 장르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그동안 실제 사건 이야기를 많이 썼다. 분석했던 경험이라든지 끔찍했던 주변의 사건을 많이 소개했는데 그러면서 사실 스스로도 많이 힘들고 어렵고 고통스러웠다. 읽는 분들께는 경각심을 드리기도 하고 우리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 이야기들 모두는 하나하나가 실제 발생했던 너무나 아프고 안타깝고 상처가 큰 실제 사건들이다. 피해자와 유가족도 계시고. 그래서 제게는 너무 힘든 작업들이었고 하지만 범죄에 대한 경각심과 분석에 대한 노하우를 널리 알려드려야 한다는 사명감을 지켜나가고 싶었다. 그런데 다시 실제 이야기를 쓰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까 좀 더 편하게 실제 있었던 사건에 바탕을 두기는 하지만 가공의 이야기를 통해 큰 상처나 부담 없이 추리와 논리를 펴낼 수 있는 작품을 쓰고 싶었다. 이번 ‘셜록 조선을 추리하다’는 셜록 홈즈가 활동이 끊겼던 기간 동안 조선 땅에 왔었다는 설정을 하고 있다. 사실 이 추리소설을 쓰기 전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추리소설을 먼저 썼었다. ‘어린이 프로파일러 셜록의 사건일지-사라진 보물’이라는 제목의 책인데 어린이들이 많이 좋아해 줘서 세종 권장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어린이 대상 추리소설을 먼저 쓰고 나서 그리고 나서 성인 대상 추리소설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책을 꾸준히 내는 비결을 묻자 그는 “다 예전에 써놓았던 것들”이라며 “의정활동이 바쁘긴 하지만 해야 할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책을 ‘권력에 대한 회초리’라고 표현하면서 ‘내가 추구하는 정의’를 담았다고 소개했다. 표 의원이 생각하는 정의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정의가 바로 설 수 있다고 생각하나.



“기본은 원칙과 절차다. 그것이 지켜지는 한 권력층의 부패와 비리, 스스로 느끼는 유혹도 조금 물리칠 수 있고 만약 그 유혹에 넘어간 권력층, 부유층이 있을 때 그들의 잘못이 드러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선은 사법 절차가 제대로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맞춰서 독립성과 중립성이 확보된 상태에서 돌아가야 한다. 사법절차가 제대로 독립적, 중립적으로 돌아간다고 하면 아무리 숨기고 감추려고 한다 하더라도 부패와 비리는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언론이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언론이 단초를 끄집어내서 세상에 빛을 쪼이게 되면 그 뒤에 이어져야 하는 것이 사법 절차인 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 연결고리가 잘 작동하지 않다 보니까 많은 분들이 의심하고 실제로 단서가 드러났어도 위법하지 않다거나, 공소시효가 지났다거나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서 처벌하지 않거나, 경미한 처벌에 그치거나, 처벌을 하고 나더라도 바로 사면해버리는 ‘불의’가 지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사법절차 종사자들의 의지, 사명감, 독립성이 발휘될 수 있는 절차적인 엄정함의 확립. 이게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사법절차의 엄정함과 중립성, 독립성이 갖춰지려면 입법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입법적인 노력이 갖춰지려면 정치인들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제 역할을 하게 하려면 유권자들이 두 눈 부릅떠야 하고. 그런 과정의 주마가편 역할. 그러니까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가하는 것이 제가 쓰는 책이고 제가 하는 이야기들이고 제가 하는 강의들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사회는 정의 실현을 위해 가장 높은 도덕적 수준이 요구되어야 하는 정치인, 공직자보다 연예인에 더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다소 역설적인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못 운영되고 있는, 잘못 인식되고 있는 부분 중 하나가 연예인을 공인이라고 보는 현상이다. 공인이라는 용어는 공적인 인물의 줄임말인데 법적으로 공적인 인물이란 것은 공적인 지위를 가진 자를 말한다. 고위 공직자라든지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재벌이라든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에게는 가장 높은 수준의 도덕성, 윤리성이 요구되어야 한다. 그들이 일반인들이 하듯 거리에서 침을 뱉는 정도의 경범죄에 해당하는 행동을 한다고 해도 마땅히 비난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연예인은 다르다. 연예인들은 그들이 가진 끼와 재능, 어떻게 보면 일반인들의 규범을 벗어날 수 있는 자유를 부여 받은 사람들이다. 개그맨, 배우, 가수가 일반인보다 낮은 수준의 윤리적, 도덕적으로 문제 있는 행동을 했다고 해도 그들에 대해서는 오히려 관용적인 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그들이 만약 연예인의 지위를 이용해 사기를 친다든지 연예인 지망생을 착취하는 등 연예인이라는 지위가 권력으로 작용할 때는 오히려 가중처벌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좀 더 명확하게 개념을 규정해 접근해야 하는데 우리는 현재 권력자들과 재벌 등 권력을 가진 자들의 비윤리, 비도덕을 충분히 신랄하게 비판하고 꼬집지 못하다 보니 다른 희생양을 찾는 비정상적인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어찌 보면 도덕과 윤리로부터 상당히 자유로워야 할 예술인, 예능인들에게 지나치게 높은 도덕적 잣대를 요구하고 그들에게 ‘청소년들이 TV를 보고 잘 알고 있으니 더 윤리와 도덕을 준수해야지’라는 엉뚱하고 과장된 윤리의식을 강요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 날 경주까지 손수 운전하고 내려온 표 의원은 피곤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이들과의 만남이 기대될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인터뷰를 마치고 4시간 가량 이어진 강의 내내 지친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즐거워 보였다.


SNS를 통해 ‘점심시간과 근무시간 외에는 전화를 받지 않겠다’고 공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보좌진들의 근무시간을 지켜주겠다는 것 역시 또 다른 의미의 정의 구현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데.



“국회의원이 되면서 9명의 보좌진과 함께 일을 하게 됐다. 그들과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미래에 대한 계획을 나누고 설계를 하면서 품게 된 생각이 있다. 이분들과 하나의 팀을 넘어 하나의 중소기업이라는 생각이다. 뚜렷한 생산 목표를 가지고 있고 경쟁을 하고 있고 충분한 능력을 발휘하고 효율적으로 생산해 내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라는 중소기업과 같은 인식과 생태를 가지고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저를 포함한 10명이 가장 고도의 생산력을 발휘할 수 있고 가장 의미 있는 일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 기여할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일까에 대해 수없이 많이 고민했다. 그 결과 우리 의원실에 있는 한 명 한 명이 본인이 즐거워하면서 의미를 발견하고 보람 있게 일을 할 때 비로소 의원실 전체가 하나의 생산성 높고 경쟁력 있는, 그리고 그 결과 많은 성과를 이뤄내는 하나의 조직체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믿는다. 그런 철학과 원칙 하에서 보좌진들의 근무시간을 나서서 지켜주려는 노력을 기울이게 됐다.”

/경주=글·사진·영상 김나영·정수현기자 iluvny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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