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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의 포도밭> 12세기 수도사처럼...온몸으로 읽자

■이반 일리치 지음, 현암사 펴냄





“현대의 읽기, 특히 학문적이고 전문적인 유형의 읽기는 컴퓨터나 관광객의 활동이다. 카메라를 든 관광객과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학생은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복사기로 간다.”

이반 일리치는 읽는 사람의 호흡이 점점 더 짧아지면서 제대로 된 책 읽기 문화가 사라지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낸다.

20세기 최고의 사상가 이반 일리치의 대표작인 ‘텍스트의 포도밭’은 무미건조하게 지식을 습득하는 용도로 전락한 현대의 독서법을 비판하고, 12세기 수도사들의 온몸으로 읽는 읽기를 소개하는 책이다.

일리치는 책에서 12세기 수도사 후고가 쓴 ‘디다스칼리콘’을 해설하며 포도 맛을 음미하듯 읽는 지혜로운 책 읽기의 전범을 보여주고, 그 이후 12세기 전반에 걸친 책의 탄생과 책 읽기의 변화 문제를 깊이 있게 천착한다.



당시 수도사들은 입으로 소리를 내며 글을 읽었고 주위를 기울이며 귀로 그 소리를 포착했다. 그들은 자신의 박동에 따라 몸을 움직이며 글을 이해했고 기억했다. 일리치는 읽는 방식이 곧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결정한다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일리치는 말한다. “나는 학문적 기여를 하려고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다. 내가 현재를 바라보는 새로운 통찰을 얻었던 과거의 한 시점에 다가가도록 안내하기 위해 쓴 것”이라고. 1만5,000원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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