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에서 열리는 첫 올림픽의 시작을 알리는 불을 밝힌 주인공인 반데를레이 리마(47·브라질)였다.
관중의 난입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놓친 불행을 겪고도 결승선에서 환한 미소를 보인 ‘비운의 마라토너’ 리마가 ‘뉴 월드(New World)’의 문을 열었다.
리마는 6일(이하 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브라질 마라카낭 주경기장, 성화대 앞에 섰다.
높은 계단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의 앞을 가로막는 이가 없었다. 리마는 계단을 올라 성화대에 불을 붙였고, 성화대가 솟구쳤다.
리마는 비운을 웃음으로 승화한 마라토너였다. 브라질 남자 마라톤 대표로 아테네올림픽에 나선 리마는 2004년 8월 30일 그리스 아테네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을 5㎞ 앞에 두고 넘어졌다.
리마는 35㎞ 지점을 1시간50분9초에 통과했다. 2위 스테파노 발디니의 35㎞ 기록은 1시간50분37초였다. 리마는 2위와 300m 정도 간격을 유지하며 37㎞까지 선두로 달렸다. 금메달이 손에 잡히는 듯했다. 그러나 아일랜드 출신 종말론 추종자가 주로에 뛰어들어 리마를 밀쳤다. 쓰러진 리마는 다시 일어나 달렸지만, 이미 페이스는 흐트러지고 말았다. 스테파노가 역전에 성공했고 리마는 더욱 뒤처져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리마는 불운에 울지 않았다. 그를 향해 위로가 쏟아졌지만, 리마는 웃으며 결승점에 도달했다. IOC는 리마에게 스포츠맨십을 상징하는 ‘피에르 드 쿠베르탱’ 메달을 수여했다. 리마는 2005년 금메달을 제작해 주려는 동료에게 “나는 내 동메달이 더 마음에 든다”고 말해 더 깊은 감동을 안겼다.
리우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뉴 월드’를 슬로건으로 정한 이번 대회 성화 점화자로 리마를 낙점했다. 올림픽 정신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브라질인이었다. ‘축구황제’ 펠레, ‘전 테니스 세계랭킹 1위’ 구스타부 쿠에르텐도 후보로 거론됐으나 상처를 미소로 달랜 리마가 최종 선택을 받았다. /리우올림픽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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